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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경 May 22. 2019

연애, 취업, 유튜브에 성공하는 비법은 모두 ‘같다’

이게 뭔 개소리야!

#1

오늘 저녁, 외간남자와의 약속이 있었다. 이 남자는 해외 대학을 나와, 현재는 마케터를 하고 있고, 자전거 라이딩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만나서 알고 보니 영어로 영화 리뷰를 쓰기도 하고(한 번이긴 하지만) 유학 관련 정보를 올려 파워 블로거도 해 본, 그런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내 관심사와는 완벽히 일치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다. 사실 이 사람과 얘기가 잘 통하게 된 것도 자전거가 시작이었다. 나는 따릉이로 출퇴근 해본 경험이 있는 특이한 여성이었고, 자전거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곧 살 계획(만 있고 정보는 없음)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

이 남자는 말 시작하기를 잘 해서, 어떤 주제로든 말을 이끌어 나가거나 할 수 있고, 또 그걸 재밌게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럼 나는 그걸 웃으며 듣고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내가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아닌데, 그렇다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란 생각이 요즘 든다. 말을 잘 하는 것과, 대화를 잘 이끄는 것이 다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암튼, 기계가 시켜줬든, 사람이 시켜줬든 암튼 소개팅에 나가면 항상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매력은 무엇일까?’ 매력이란 건 다양한 것을 포함한다. 한 눈에 반할 만한 미모, 매력있는 성격, 언어적 능력, 음악적 능력, 운동이나 일반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취미 등. 그럼 나는? 이 남자가 가진 ‘콘텐츠’만큼 나도 꽤 손 꼽을 만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을까?



#3

이 콘텐츠가 없으면 사람을 끄는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애에 매우 쉽게 성공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다던지, 영화에 대해 잘 안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어떤 사람이 ‘꽃’ 얘기를 꺼냈을 때 거기에 맞장구 쳐주면서 꽃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또 ‘책’ 얘기를 꺼내면 요즘 출판 트렌드에 대해서 짚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나라도 이런 사람과 사귀고 싶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그런 게 있냐고요. 없는 것 같다고요.



#4

사람을 이끄는 것은 연애뿐만이 아니다. 나는 요즘 미디어오늘에서 주최하는 유튜브 저널리즘 세미나를 듣고 있다. 유튜브에서 성공하려면 이런 게 필요해요, 식의 프레젠테이션이 많은데, 다들 하는 말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라는 거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라는 말은, 너무 모호하고 방대하지만 또 사실 다 아는 거다.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던지, 어디 시골에 들어가서 삼시세끼 밥을 지어먹던지(어떤 이유로), 귀농을 해가지고 두더지를 잡아 키우던지, 책을 많이 읽어서 책 브리핑을 해준다던지, 그도 아니면 막말이라도 하던지 말이다.



#5

막말을 해선 취업하기 어렵겠지만, 취업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너 어디에 관심있어?’ ‘너 뭐 할 줄 알아?’에 대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나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에 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직종에 종사한다면, 난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심 있어, 관련해서 책 소모임도 해봤고 직접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해봤지, 사실 외국 마케팅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그걸 가지고 블로그를 좀 했는데, 블로그 일간 방문자가 1만 명 가까이 되지 뭐야, 와 같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자 직종에 종사한다면, 난 소수자 이슈에 관심 있어, 관련해서 시민단체에도 가입돼 있고 이미 대학 때 학교 안에서 소수자 모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 소수자 중에서도 나는 이주 노동자에 관심이 많은데, 이것과 관련해서 시민 정책 대회에 나가서 금상을 받은 이력이 있어, 앞으로 이주 노동자 관련 기사를 쓰는 게 꿈이야, 와 같이 답할 수 있어야 하고.



#6

즉, 내가 가진 콘텐츠가 내 연애, 취업, 유튜브 성공까지 좌지우지한다. 뭐야, 그럼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는 거 잖아! (정답!)



#7

그래서 네 콘텐츠는 뭔데?라고 나에게 물으면 참 답답하겠지만, 난 나름 #글쓰기 #말하기 #읽기 #듣기 #계획세우기 등이라고 생각한다. (말듣읽쓰는 굉장히 급조했는데 이런 콘텐츠 괜찮네) 국어라곤 할 수 없지만 실용 국어랄까? 이런 쪽에 특화돼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강의한다면 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외엔 희한한 도전 즐겨하기랄까. 따릉이 타고 출퇴근을 왜 하며, 무일푼으로 자격증 따기를 왜 하며, 시키지도 않은 시민 모임 참여는 왜 하는가?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참 잘하고 좋아한다.



#8

괜히 연애하겠다고 소개팅 자리 나갔다가 혜안만 얻어 왔다. 콘텐츠가 중요하구나! 미모가 없으니 다른 걸 가꿔야 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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