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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Jan 15. 2024

아일란 쿠르디, 유럽의 양심 깨우다.

어린 희생이 있어야 변한다면, 그 또한 비극이다.


이 글은 중앙일보 기자 블로그인 [ J plus ]에 2015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썼던 글이다.

[ J plus ]는 중앙일보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기자 블로그 운영을 멈추면서 폐지되었다.

옮긴 글 중 몇몇 글은 제목과 내용을 약간 수정했다.


아일란 쿠르디 유럽의 양심을 깨우다.

입력 2015.09.06 23:46

J플러스로 보기 http://news.joins.com/article/18702805 복사


유럽으로 인구대이동이 사실상 시작됐다. 시리아 출신 등 각국의 난민을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제한 없이 받아들인다고 했다. 전쟁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난민들이 속속 이동할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욕구는 기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히틀러가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위한다면서 유대인을 학살했지만 이제 독일의 인구구성은 다양해질 것이다. 사실상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이민자는 국가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들 난민들이 유럽 기존 질서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유럽인이 될지는 아직은 모른다. 특히 대부분의 난민들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문화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 문화충돌이 극에 달하면 전쟁을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지만, 세계사를 보면 말도 안 되는 일로 사람을 죽인 일이 부지기수다.

아일란 쿠르디, 3살 난 시리아의 어린이다. 가족과 함께 작은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 어머니, 형과 함께 익사했다.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그의 시신은 마치 피곤에 지쳐 잠자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애처롭고 그 상황이 끔찍해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유럽 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신문에 그의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SNS 상에는 는 발견 당시 모습을 그린 삽화와 함께 추모글이 넘쳐났다. 결국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제한 없이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발표를 하게 만들었다.
아일린의 죽음이 새로운 질서를, 그리고 평화를 만드는 밀알이 될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지 않는 것은 유럽 각국의 의무이고 고민이 됐다. 사실상 인류보편적인 문제에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구글 이미지를 통해 아일란 쿠르디를 검색해 봤다. SNS 상에서 떠돈 각종 이미지들이 나타났다. 한 장으로 이미지를 모았다. 잊지 말아야 할 이미지다.

https://m.yonhapnewstv.co.kr/news/MYH20150906001800038


[덧붙인 글]

그러나 이런 추모 물결도 하나의 유행으로 흘러가 버렸다. 결과적으로 그렇다. 2019년 6월 엘살바도르 국적의 오스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그의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가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려고 강을 건너다 익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진 속 발레리아의 모습은 아일란 쿠르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너무 쉽게 잊는다. 그리고 SNS의 발달은 타인의 비극도 한순간 타임라인을 채우는 소재로 소비하고 있다.

https://brunch.co.kr/@shinis/38

우크라이나 - 러시아의 전쟁, 이스라엘 - 하마스 전투, 예멘 후티 반군 위협. 현재 진행되는 심각한 갈등이 어린 생명을 마구잡이로 빼앗는 현실은 난민 소녀·소년의 죽음은 그저 한 순간의 섬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고 기억창고에서도 찾기 힘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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