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스물아홉 살 생일에 선물로 받은 가방이다. 프라이탁이란 브랜드를 알게 된 건 중학생 무렵.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방수 천과 자동차 안전벨트를 재활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더 멋있게 보였다. 당시 리사이클링이 그리 보편적이지 않았기에 엄청난 발상의 전환으로 다가왔다. 물론 가방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수납과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갖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다짐했다. 성인이 되고 직업을 가지면 사자. 그 다짐을 희미하지만 길게 유지했다. 이윽고 대학생이 되어 알바를 했다. 돈을 벌었고 가방을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그런데 길게 유지한 다짐이 무서운 게, 다짐 그대로를 예외 없이 지키고 싶어졌다. ‘진짜’ 직업을 가지면 사자.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러 스물아홉 살, 내 다짐을 흘러가는 말로 들은 여자친구가 기억해내서, 프라이탁 가방을 생일 선물로 주었다. 리랜드 라인의 크로스백이자 토트백이다. 쨍한 파란색에 알파벳 U로 추정되는 흰색 글자의 일부분이 붓질처럼 나 있다. 특유의 냄새는 일 년이 지나도 안 빠지지만, 그마저도 오랜 다짐의 흔적 같아 마음에 쏙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