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은 두 감정이 공존한다. 학교 또는 회사를 합법적으로 빼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면에 지겹고 지겨웠던 '이름을 말해선 안 되는 그곳'에 다시 가야 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이런 정과 반이, 칼퇴를 위한 암묵적 협력이라는 합을 만들어 낸다.
나는 다른 감정 하나가 더 들었다. 바로 두려움. 총을 집고 사람을 향해 쏘는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된 총신을 잡으면 차갑다. 차가운 그 온도에 소름이 돋고, 이내 아프고 두려워진다. 나는 다행인지 몰라도 논산훈련소에서만 육군 훈련을 받았다. 거기에 4주 과정에 한파와 설날 연휴까지 겹쳐 있던 훈련도 취소되었다. 그래도 차수를 다 채운 건 사격술이었다.
사격은 군대에서 중요한 훈련이다. 최신 기술이 탑재되고 폭발은 거대해져도 전쟁에서 맞부딪치는 건 총을 든 보병이기 때문이다. 국방은 사람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운다. 어느 하나가 배부르면 다른 하나는 굶주리는 게 자연의 섭리라지만, 훈련이 그저 훈련되길 과거의 버려진 유산이 되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