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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Jan 21. 2024

담배 피우는 이유

금연 방법

금연에 돌입한 지 어언 2년 다 돼간다. 흡연력이 골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간혹 너무 자명한 답을 거스르고 행동하는 사람을 보듯, ‘도대체 담배 왜 피워?'라고 물어보는 분들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흡연자의 심리를 끄적여 본다.


담배는 애당초 건강에 큰 결격 사유가 생기거나, 자녀가 생기거나, 가까운 사람이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끊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 아주 악독한 녀석으로, 끊으려면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한 것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금연이 아니라 평생 휴(休) 연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흔히, 담배의 수많은 유독 성분 중에서 니코틴에 의해 중독된다고들 이야기하는데, 막상 담배를 피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꽤나 부차적인 요소들도 커서, 마냥 니코틴 때문에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1. 파블로브의 개


담배를 입에 물게 되는 대다수가 조건 반사적일 때가 많다. 종소리만 나면 침을 질질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특정 감정이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면 흡연욕이 머릿속에서 진동을 한다. 이를테면, 예상치 못한 일로 빡칠 때(점진적으로 화날 때랑 다름), 술 마실 때, 누군가 맛있게 담배 피우는 것을 볼 때(때로는 술 마실 때의 욕구보다 치명적임) 혹은 기분이 너무 좋을 때 등이다. 특정 상황에서 담배 피우는 행위가 반복되면, 유사 상황이 도래했을 때 같은 행위를 연쇄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2. 소셜스모커


백해무익한 담배가 어느 사람에게는 맞고, 어느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말이 참 어불성설일 수도 있지만, 흡연자 중에서 유독 담배가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랬다) 그럼에도 타인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고, 결속을 다지고 싶다는 이유로 담배를 폈던 경우가 꽤 많았다. 반대로, 타인에게 '한 대 줄까' 권유하며 소셜 스모킹을 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의 심리는 대개 '나만 죽을 수 없지'처럼 나쁜 행위를 같이 함으로써 자신의 죄책감을 희석시키려는 심리도 있다. 몸이 나빠지는 행위를 공유함으로써, 나름의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물론, 혈연, 지연, 흡연이라는 말도 있지만 실상은 그 끈이 마치 포스트잇 같다고나 할까? 잘 모르는 사이일 때, 담배 태우면서 첫 운 띄우기는 쉬우나, 포스트잇처럼 떼기도 쉬운 인연에 불과하다.


3. 마음이 멜랑꼴리 할 때


심심할 때라고도 할 수 있는데, 괜히 마음이 적적허니 싱숭생숭하고, 멜랑꼴리 한 감정들이 스산하게 움직일 때 담배를 피워버리는 경우가 있다. 방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 혼자 공부하다가, 주말에 하루 종일 혼자 있을 때, 회사에 있는데 딱히 일도 없고, 멍할 때이다. TED에서 중독과 관련된 강연을 본 적이 있는데, 연사가 마지막으로 했던 문장이 떠오른다. 'The opposite of addiction is connection'. 사람들과의 교류가 단절되면 담배와라도 연결되고자 한다.


4. 담배 LOVER


간혹은 정말 담배러버가 있다. 대개 '담배도 기호식품 중 하나다'라고 주장하는 대다수의 의지박약 흡연자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할 확률 정도로, 담배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숨 쉬듯이 담배를 피우는 부류로 흡연이라는 행위가 들숨과 날숨처럼 자연스럽다. 참 맛있게도 피는 사람, 살면서 2명 정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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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어떤 사람들은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벌레 보듯 담배를 왜 피우냐? 고 흡연자들에게 물어볼 때가 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담배를 피우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게 펴보면 이해하는.…. 물론 절대 펴보지는 마라 시작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승자다 + 상당수 흡연자들도 보통 담배 끊고 싶어 하니까, 그들을 너무 타박하지는 마라 따뜻한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금연하는 방법 : 


그간 수많은 금연 도전 실패에도 최장기간 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을 수 있었던 방법이 있는데, 그건 우연히 본 뇌과학 책의 한 문구 덕분이었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말이었는데 '부정성은 연속된다.'라는 뉘앙스의 문장이었다. 담배에 적용시켜보면...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안 돼! 담배 피우면 안 돼'라고 하는 순간, 오히려 그 생각이 지속되고 그 속에 매몰되어 결국 담배 한 까치를 입에 물고 만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안 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담배를 펴야지라는 생각에 연료를 붓기 때문에 오히려 흡연 욕구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이분법의 논리 속에서 고민을 하다 보면, 보통 인간은 욕구, 욕망 앞에 나약하기 때문에 그 구도 자체를 깨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안 돼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돼'라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종류의 생각을 해버리라는 것인데 이를테면, '점심 뭐 먹지', '주말에 무슨 약속이 있었더라?'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종류의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겠다’라는 생각에 산소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연소(담배를 피우고 싶다) 작용을 막는 것이다. 생각을 괴사시킨 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어쨌든, 나는 앞으로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고, 담배를 진심으로 끊고자 하는 사람은 내 전략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허구한 날, 금연껌 씹어대고, 전자담배 피우면서 줄여간다는 사람치고 (나 역시도 그랬고) 담배 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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