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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Jan 29. 2024

괜찮은 사람 소개

"오빠 주변에 괜찮은 남자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줘요"


"이제 진짜 괜찮은 여자 좀 만나고 싶다.. 있으면 형한테 소개해주라"



최근에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매칭률 높다고 소문이라도 낫는지, 사흘에 한 번은 이런 연락을 받는다.


면전에서 물어보면 예의상 카톡 목록을 뒤지며, 그들에게 괜찮아 보일 사람이 있을지 물색해 보지만, 거의 잘 없다.



애초에 '괜찮은'이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바가,


‘속물처럼 보이는 건 좀 그래서, 노골적으로는 말 못 하는데, 키는 ~에, 얼굴은 ~ , 성격은~ , 아 참 그리고 돈은 많으면 좋고요 아무쪼록 크게 모난 거 없는 사람으로 부탁할게요'


'지난 주말에 미팅에서 만난 여자애 연락도 안 되고 돈만 썼는데, 예쁜 여자 있으면 소개해주라'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십중팔구 맞다.



사실 이런 요청이 결혼정보업체에서 업으로 하시는 노련한 중매꾼분들이 돈 받고 하는 서비스인데, 찔러보듯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네트워크에서 알짜들만 체리피킹 하려는 사람이다.



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이성 관계 한정)'괜찮은 사람' 소개해달라고 말하는 사람 치고, 그 사람을 누군가에 괜찮다고 소개해줄 수 있을까 확신이 들어 본 적이 거의 없었고,


2. 자고로 괜찮은 사람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른 괜찮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있다. = Real recognize Real.


(‘괜찮은’의 기준을 외모로만 한정시켜, 결국 존잘 존예끼리 만난다고 생각해버리지는 말자)





요즘은 이성 관계를 떠나서, 각 종 모임, 데이팅 어플, 당근마켓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비슷한 사명을 갖고, 사람들을 연결시키려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처럼 새롭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쉬운 시대가 없었을 터인데, 왜 이리 주변에서 ’ 괜찮은 사람'없냐고 묻고 다닐까?



개인적인 소견인데,


1. '괜찮은 사람'='감정에 진솔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현대 사회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타인과의 관계마저도 일종의 경험 혹은 소비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서, 진솔하게 사람을 대하는 수 자체가 감소 중이다.


2. 부표 같은 사람들이 많다. 뿌리내린 게 없어서 불안정하다.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하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시켰다. 곤조 갖고 사명감으로 대학병원에서 수술 집도를 꿈꾸던 친한 의사 형마저도, 결국 개인 병원 차리려고 고민하고 있다. 자격증, 면허 없는 일반 직장인들이 대다수인데, 뿌리내리지 못하고 ' ~할 예정, ~해야 되는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뉴노멀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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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그에 맞는 인간군상들이 생겨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거다. 그래도 우리는 이 혼돈 속에서 괜찮은 사람을 계속 만나고 싶어 할 테다. 개인적으로 괜찮은 사람을 분별하는 최소한의 전제는, '상대의 눈을 보고 말하는 사람이다.'



몇몇 사람들은 '저는 마음에 없는 말 못 해요'하고 뻐튕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맙지 않아도 '감사하다'라고 말할 수 있고, 미안하지 않아도' 죄송하다'라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근데 진짜 고맙고, 미안하면, 내 마음을 상대에게 오롯이 전달되기를 원하는 게 인지상정이고, 언어의 본질적 한계 때문에, 부가적으로 바디랭귀지(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것)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말이라도 고맙다고,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거는 공존을 위한 암묵적인 룰인 거고, '괜찮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대화할 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할 때 상대의 눈을 보려 한다.



암튼, 결론은 괜찮은 사람 무턱대고 찾지 말고, 최소한 대화할 때 눈을 보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은 소거해도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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