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C 공식 코치가 되는 여정 (1)
내가 코칭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작년 9월쯤이었다. 권고사직 후, 태국여행을 다녀오고 독립출판을 잘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후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현재 운영 중인 계정이 UX 포트폴리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보니 이미 수요가 있는 포트폴리오 코칭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지만 정말 이 아이템을 하는 것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냥 돈 좀 벌려는 사람, 혹은 팔이피플이라는 말처럼, 주변에서 나를 그런 사람으로 볼까봐 두려웠다. 게다가 강사로써 경험이 없다보니 잘 가르칠 수 있을지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고 공장형 방식으로 가르치는 포트폴리오 학원들과 같아지고 싶지 않은데 나의 차별성을 어디에 줘야 할지 등 여러 생각들이 많았다. 그냥 상품 판매하듯이 납품하면 끝나는 보편적인 학원들처럼, 혹은 컨설팅처럼 코치가 답을 정해서 주는 방식으로는 학생들이 스스로 설 수 없다. 나는 주도적인 서비스를 만들어서 사용자와 서로 윈윈하고 싶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알 수 없는 확신을 갖고 부산 광안리로 떠났다.
부산 가기 한달 전부터 커뮤니티에서 연을 이어 아직까지도 연락 중인 경신 코치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 직접 만나게 되었다. 언니에게 지금까지의 여정들을 와다다 쏟아내며 기존 학원의 교육방식에 대한 아쉬움,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고자 디자인 포트폴리오 코칭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 안에서의 고민이 있다며 정말 열심히 떠들었다.(정말 처음 만난 것 같지 않게 미친 듯이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앞으로 이걸 위해 스피치 강의를 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웬걸, 언니가 하고 있는 코칭이 내가 원하는 방법이었다!
강사, 혹은 코치의 성과가 좋았다 하더라도 그때 그 시절의 상황과 맥락은 지금 수강생들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성과를 만든 그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한다 해서 모두가 똑같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내가 하는 화법이나 가르치는 방식에 있어서 외부적인 엄청난 스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코칭이 필요한 거였다.
그리고 이 외에도 언니는 정말 따뜻한 문장들로 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주었다.
"네가 보내고 있는 4개월의 시간은 단순히 잘려서 백수로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것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야.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뿌리가 엄청 단단하게 뻗어 나가고 있어."
"딱 질문 한 개 써놓고 나한테 가장 중요한 건 뭐야, 딱 해놓고 그 답을 찾는 거야. 그게 셀프 코칭인거지. 나는 계~~속 머리로 굴려가지고 생각하는 거니까. 근데 그걸 기록까지 하면 너무 좋잖아요. 근데 키키 님은 기록을 이미 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나한테 이게 중요하니까 공간을 떨어져서 부산에 와서 생각해보겠어, 라고 한 것 자체부터가 이제 셀프 코칭에 들어간 거라고 볼 수 있죠."
"나를 탄탄하게 쌓고 있는 과정이지, 지금이"
"그래서 계속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흔들리려고 할 때, 지금은 남이 봤을 때는 안 보이지만 지금 뿌리가 엄청 단단하게 뻗어 나가는 거라고 보면 되죠. 나도 나를 그렇게 생각했거든. 겉으로는 이제 올라가기 시작하지만 밑에 뿌리가 엄청 약한 사람이고 뿌리가 튼튼하고 멀리 빠져나간 사람은 이게 휘몰아쳐도 안 흔들릴 거거든. 근데 이거 안 됐는데 겉으로 돈 조금, 조회수 몇 만만 보고 막 하다가는 바람 불면 꺾이는 거거든. 바로.
그래서 나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닦는 게 나는 뿌리를 탄탄히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위에 그다음에 쭉쭉 내 거 잘하는 거 하면 되고 열매들도 알아서 맺힐 거잖아. 그래서 뿌리가 중요하지. 고런 작업이라 보면 되는 거지. 지금 하고 있는 게, 부산에서 활동들. 좀 탄탄하게 나만의 기준, 철학을 잘 세워가면 좋을 것 같아."
언니와의 대화 속에서 오랜만에 내가 잘 가고 있다는 시원한 확신을 느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결국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이제까지 회피하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항상 방법은 있었다.
서울에 돌아와, 언니가 추천해준 코칭 책을 읽어보았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단순히 내가 하려는 새로운 아이템뿐만 아니라, 내 삶 전반적인 부분에도 코칭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대화에서 내 말의 밸런스가 너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경청을 하고 내 말을 줄인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훈련하고 알아갈 수 있는 것이 코칭이라는 글들에서 약간의 거리감이 사라지고 일상적인 우리의 삶에 대한 철학과 같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동안 회사에서 있었던 팀장님들과의 논쟁에서 '내가 만약 이 대화법을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팀장님과 다투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간 내 회사와 일상 모두를 합친 관계 속에서 코칭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바로 경신언니와 전화로 이 깨달음을 나누며 나에게 왜 지금 코칭이 필요한지 어렴풋이 정리가 되어갔다.
나는 자기계발덕후라서 이제까지 정말 많은 수업과 컨설팅/코칭을 수강했었다.(거의 천만원 넘게 투자한듯..)그 중 한 강사님은 나에게 본인의 성공 방정식을 강요했고 나는 그의 끼워맞추기 틀 수업 방식에 못이겨 힘겨워하던 과정 속에서 수업이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무려 100만원이나 하는 수업인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런 후속조취를 받지 못했고 허무하게 종료되었던 경험이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내가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Don't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그때 경험이 나에게는 충격이 꽤나 컸나보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티칭할 줄 아는 능력이 없다면, 자신이 없다면, 내 방식을 그 사람에 맞게 전달할 수 없다면 내 지식을 전달하는 그 어떤 수업이든 하고 싶지 않다는 기준이 나도 모르게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코칭'이라는 수업을 기획할 때 이 부분에 대한 스스로 아쉬움을 알았고 그걸 보완하고자 스피치 수업을 찾아보고 코칭이라는 학문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걸지도.
그 외에도 평소 관계에서 발생하는 소통 문제의 패턴이 있었는데 상대방과 내가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할 뿐, 대화다운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여러번 있었다. 문제는 알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쩔쩔매던 부분도 함께 코칭을 배우면서 해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코칭에 대해 탐구하고 필요한 이유를 정리한 끝에, 경신코치님의 코칭 기초 교육을 수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