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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hun Choi Sep 29. 2020

#05 런던(2): 런던의 중심에서 00를 만나다

[아빠와 함께 하는 두 딸의 여행기]

다행히 숙소에 짐을 맡겼다

예약한 숙소를 들어가지 못해서 고민하던 중 나는 다시 주인과 연락했다.

그리고, 숙소 내의 다른 투숙객을 통해서 문을 주었다.

'휴~다행이다.'

문을 열어준 사람을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좁고 긴 복도로 들어가니 계단이 나왔다. 엘레베이트가 없는 좁은 계단과 통로로 3층으로 올라가니 방이 두 개 있었다. 그 중 오른 쪽이 우리가 예약한 방이었다.  

사진으로 보며 상상한 것과는 너무 다른 숙소를 보고 좀 당황스러웠다. 좁은 계단과 통로, 그리고 방만 하나 덩그러니 있다. 물론 침대는 슈퍼 싱글 두개였지만. 

미국에서 여행 할 때는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Priceline 같은 곳에서 비딩(숙소를 경매방식으로 예약)으로 숙소를 잡곤 했었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수준의 숙소를 만났었기에 왠만하면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숙소예약은 실패한 듯 하다. 이전에 비딩해서 잡았던 숙소들 중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숙소들과 비교해도 하위다. 

다만, 런던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다닐 수 있는 위치와 가격을 생각하면 가성비만 좋. 가심비는 실패!!

(여행 끝에 생각해보니 런던의 이 숙소가 제일 별로였던 것 같다.)

아무튼 무사히 숙소로 들어가서 짐을 잠시 보관해두고는 다시 바로 나왔다. 


런던의 첫날투어를 시작하다 

우리는 짐을 내려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후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조금 걸어나와서 버스 정류장에 섰다. 

우리는 첫번째 방문지인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와 트라팔가 광장이 있는 시내 중심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다. 환승없이 버스 이동 30분 거리다. 

나는 해외에 방문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곳 문화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버스의 경우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의 2층버스에서 창밖을 통해 보는 런던의 낮거리 풍경

다시 제대로 런던의 2층 버스를 탔다. 

런던의 또 하나의 상징이 이 빨간 2층 버스가 아닌가?

런던의 2층버스는 대부분 신형 버스로 바뀐 듯하다. 

런던의 2층버스가 대부분 오른 쪽의 신형버스로 교체된 것 같다.(왼쪽사진 나무위키 갈무리)

'앗! 에어컨이 안 나온다!'

버스를 타며 기대했던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다.

습도가 높지 않은 편이기는 하지만, 버스 안은 햇볕이 그대로 들어온다. 바람이 나오지만, 거의 송풍 수준이다. 한국 버스에서 누렸던 시원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그 이후에도 런던에서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를 한번도 타본 적이 없다. 원래 2층 버스에는 에어컨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에어컨을 잘 안 트는 문화인지 나는 지금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어쩔 수 없지. 최대한 움직임을 적게 해서 버틸 수 밖에.'

그래도,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좋아서 더위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중간쯤 이동했을 때, 하이드 파크(Hyde Park) 앞을 지났다. 벽 때문에 공원 내부를 다 볼 수는 없지만, 사이 사이로 보이는 푸른 나무와 잔디를 보니 마음은 시원했다. 


트라팔가 광장, 채링크로스 역

드디어 영국 최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내셔널 갤러리 앞의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다. 광장에는 아트 퍼포먼스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 여기 저기 사진 찍는 사람들, 앉아서 쉼을 즐기는 사람들, 걸으며 이동하는 사람들, 자전거로 지나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트라팔가 광장 앞 사람들의 모습(카메라 설정 실수)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인근의 채링크로스 역(Charing Cross Station)으로 갔다. 이 역은 지하철과 철도역이 같이 있어서 그런지 내부가 크고, 역시 사람들이 많다. 

채링크로스 역 내부

역사 안에 들어가니 우리 눈에 익숙한 간판이 보인다. 버거킹. 

오늘 점심은 버거킹으로 정했다. 미국에서 여행할 때 자주 이용했던 메뉴였는데, 런던에서의 첫 식사도 익숙한 햄버거로 정했다. 아직 런던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에 실패하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는 메뉴였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반가운 만남

즐겁고 간단한 식사를 끝내고 다시 움직였다. 

내셔널 갤러리 관람은 내일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우리는 런던의 상징물인 시계탑이 있는 빅 벤(Big Ben)으로 향했다. 

빅 벤까지는 도보로 대략 13분정도 소요된다. 여기 저기를 둘러보며 런던 시내 걷기를 즐겼다. 

하연이와 서연이도 이틀을 제대로 푹 자지못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잘 걷고 있다. 서연이는 오히려 에너지가 넘쳐보인다. 발걸음이 힘이 있고,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 역시 에너자이저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빅 벤까지 걸으며 런던거리를 느꼈다

빅 벤 인근에서 누구를 만나기로 했다. 

전화가 왔다. 근처까지 다 왔단다. 

빅 벤 앞에 있는 사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거리의 신호등 색깔이 바뀌자 사람들 속에서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런던 중심에서 다시 만난 아내

'하연아 서연아, 엄마 왔다!'

그렇다. 아내가 왔다. 이틀 전에 서울에서 헤어졌던 아내를 런던 시내 한 복판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이 여행은 나와 두 아이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그러나, 아내가 몇 일 정도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어서 영국과 프랑스 여행을 같이 하기로 한 것이다. 

아내의 항공료는 할부로, 그리고 나머지 비용은 기존 비용에 아껴서 대충 맞추었다. 숙소와 식사 계획을 할 때 이 부분을 감안해서 더 알뜰하게 계획했다.

겨우 이틀 만에 만났는데, 더 오래 헤어졌다가 만난 느낌이다. 이틀 밤을 무박으로 이동한데다가 두바이에서 하루 꼬박 스탑오버 여행을 한 탓에 그런 것 같다. 

런던 시대의 중앙에서 우리 가족이 상봉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우리 셋만 여행하게 되어 아내에게 무척 미안했는데, 이렇게 조금이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다. 

자, 이제 함께 런던을 누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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