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시 하라면 절대 안해
기자를 그만둔 지 1년 반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학창시절 내내 그려왔던 직업이라 이직 초반에 조금 힘들었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안정적인 시기다. 매일매일 뭔가를 써야 한다는 불안감이 없다는 게 제일 크다.
지금 업무 특성상 신문기사를 많이 보는데, 그러다가 문득 내가 예전에 썼던 기사가 생각나 찾아보거나, 구글링하다가 우연히 마주칠 때가 있다. "아 이런 것도 썼었구나" 하며 대부분 웃지만, 가끔 내가 쓴 글이 맞는지 생각할 정도로 정성이 들어간 글들이 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열심히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그랬었다.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썼었다.
오늘 마주쳤던 기사는 치매에 걸려도 감정은 남아있기 때문에 치매환자를 막대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뇌(腦)'의 영역을 취재하다보니, 그때 정말 머리가 복잡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고생 끝에 기사가 나갔을 때 반응이 그냥 그랬어서 실망했었지만, 해당 기사가 계속해서 블로그로, 카페로 공유되는 걸 보고 정말 마음이 좋았었다. 따뜻한 댓글과 메일을 보며 즐거워했던 순간들도 기억난다. 이런 소소한 것들에게서 힘을 얻었던 나에게,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는 그 시기를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워서 피해다니지만, 그때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인정받고 싶어했었다. 대한민국 최고 기자가 될 거라 (감히) 다짐하며 매일매일을 설렘과 노력으로 채워나갔었던 거 같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남들과 똑같이 지내기 위해 매순간 '나'를 없애고 있다.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만약 기자직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글을 쓰고 있었다면, 난 지금 뭘 하고 있었을까. 정말 열심히 해서 계속해서 '기사'를 쓰고 있었을까. 아니면 내가 정말로 싫어했던 꼰대기자들처럼 돼 있었을까. 나름 7년차라 제일 팔팔한 때인데. 궁금한 날이다.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