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텍스트를 마치 블로그에 일기 쓰듯이 휘리릭 토해내고 아기는 낮잠에서 깨어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도 먹이고 놀다가 또 기저귀를 갈아주고(ㅠㅠ) 나도 밥을 한술 뜨고 다시 징징거리는 아기를 재웠다. 요즘 일상이다. 전시를 코 앞에 두고 마음이 영 좋지 않다. 무언가 집중할 수 없다는 건 정말 허탈한 일이지만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종교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
친정에 가득 쌓여있는 그림들을 좀 빼줘야 할 것 같아 부산에서도 한 트럭 온다. 집에서 부실하게 끼적거린 그림들도 걸고, 이렇게 저렇게 모아서 전시를 하는데 물론 나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집중하지 못하고 전시하기는 처음이다. 그래선지 걱정도 많이 되고 전시를 올려놔도 앞이 막막하다. 아이고-
아기와 함께 딩굴거리는 일상은 생각보다 즐겁다. 아기가 이렇게 쑥쑥 크는지도 몰랐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볼 줄도 몰랐다. 우리는 같이 웃으며 잘 지내고 있다. 이것 또한 요즘 나의 일상이기도 하다. 전시가 지금의 내 삶에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양쪽 다에게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듯 하다.
언제나 그리기에 대한 갈증은 넘쳐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와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도 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온전히 내 손에서 아기를 키우는 시간은 길어봤자 3년이다. 그 뒤에 아이는 조금씩 자신의 사회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고 더욱 더 커 나가겠지. 그렇게 짧은 시간을 막상 떠올리고 보니 아기와의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졌다. 나는 평생 그림을 그릴텐데 당분간은 우리 아기와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아.
물론 많은 것들이 마음 아프기도 하다. 결코 육아는 쉽지 않고 나도 자유롭고 싶다. 여전히 입을 수 없는 내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 저 바깥으로. 하지만 내 삶은 변했고 나도 그러하다. 다행히도 제일 좋은 것은, 내 꿈이 더 이상 성공과 인정받는 것에 치우처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전히 힘들고 방황하는 삶이지만 왠지 나는 이미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