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병에 걸린 사람처럼 불행이라는 단어를 기피해왔다. 뭐랄까 아이가 생기니 -아이타령은 언제 끝나려나- 이런 부정적인 단어를 입에 올리기가 두려워졌다. 아이에게 혹여나 무언가 좋지 않은 기운이 갈까봐, 또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될까봐 기타 등등 아무런 쓰잘데 없는 이유로 언제나 삶의 어두운 부분은 알아서 편집되어야만 한다.
아이의 기운은 정말 밝고 순수하다. 내가 생각해도 오- 하고 소리낼 정도로 말이다.
참, 해피뉴이어!
어느덧 작년 연말에 사건이 떠오르는구만. 며칠 전 인데 작년이라고 쓰니 엄청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구나. 나는 너무나 오랜만에 나의 즐거운 친구들과 약속을 잡에 되었고, 그 친구 중 한명이 홍대 부근에 카페를 내었는데 그림을 선물하려는 일을 빙자해 이루어졌다. 카페에 갔다가 맥주 한잔 정도 간단히 하고 집에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일이 좀 틀어져 그 부근에 새로 아파트를 얻은 친구네로 가게 되었다. 그들은 우리 보다 몇 개월 후에 결혼한 신혼부부였다. 그녀의 남편도 재미있는 사람이라 모여서 한잔씩 기울이게 되니 나는 역시나 술을 술술술 마시게 되었고 귀가는 이로 말할 수 없이 늦어졌다. 솔직히 내가 술에 취해서 전화로 남편에게 얼마나 꼬장을 부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면, 다행이 자정 즈음에 나는 집에 도착하였다.
남편은 무척 많이 화가 났고, 우리는 아주 제대로 싸우게 되었는데, 남편도 할말이 아주 많은 듯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싸움은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로 뒤덤벅 되었고 우리는 무척 불행한 부부였다.
그 다음날 남편은 바로 사과를 했지만 나는 그 사과 또한 의미 없다 느껴졌다. 누구를 탓할까. 이 모든 선택은 나의 몫이고 그날의 잘못도 나의 것이며 모두모두 내 탓이었다.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내가 덜 불행해 지는 것 같았다. 싸움 중에 남편의 입으로부터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결혼 후에 삶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기 두렵다. 나는 나의 선택에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질 것이며, 비루한 일상이지만 하루하루 조금 더 웃기 위해서 최고로 노력할 것이다. 내 불행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이야기할테다.
삶은 언제나 입체적이고 총체적인 것처럼, 모든 것은 결국 다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잠시만 눈은 감는 걸로, 침묵하는 걸로. 그렇게 내 삶은 소리없이 전개될 것이다. 당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