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Joo Lee Jun 12. 2017

우리의 짐들

매일매일 버겁다, 매 시간이 무겁고도 어렵지만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도망칠 수 없고 힘이 들수록 서로를 얽매일 뿐이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은 문제가 우리에게 있었다, 우리는 사소하고 강도높게 싸우게 되었고 나는 힘들었고 슬퍼서 내내 아이를 달고 정처없이 밖을 돌아다녔다. 딱 일주일 후 아이는 아파 넘어갔고 병원에 입원할 지경이 되었다. 내 마음에 대해서는 변명도 설명도 하지 않겠다, 그렇게 써내려간다고 나의 행동이 정당화되진 않을 테니까... 아무튼 우리의 시간은 내내 우리에게 무거운 짐이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예민했다.

남편은 심한 말을 하거나 언성을 높이거나 물리적으로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다, 대신 여자인 나보다 논리가 강하고 말도 잘한다. 이런 성격은 결혼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고 별로 싸우는 일도 없다보니 그렇게 크게 고민할 부분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내가 말로 설명하려는 내 삶 속에 존재하는 무수한 내적 갈등들을 잘 이해해주고 공감해주었다. 센서티브한 기질의 장단점이려니 했었다. 요즘들어 느끼는 건, 내가 어떠한 힘듦 또는 고민을 털어놓으면 되게 감정적인 이해보다는 골치아파하는 태도가 깔린 비판적 반응이다. 우리는 무척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는데, 이런 사람하고 결혼하는구나 깨달으며 느즈막히 한 결혼인데 결국은 내가 혐오했던 여타의 다른 부부들처럼 서로 비난하고 비꼬우며 대화와 싸움을 반복한다.

나는 지금 느끼는 이 부정적인 삶의 기운에 대해 고민이 많다. 그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지 내가 어떤 분명한 해결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나 자신을 바꾸어야 하나...

남편으로부터 따뜻한 말투 눈빛 손짓 등을 잘 느낄 수가 없다. 너무나 변해버린 얼굴 표정 속에 삶에 대한 피로만 그득할 뿐이다. 누군가 더 힘들고 덜 힘들다는 얘기도 아니고 누가 잘못했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예리하고 건조하게 변하고 있고 존재는 언제나 변화함으로써 존재한다 고 믿는 나 조차도 이 변화가 너무 무겁다. 혼자 힘들어 할 수 없어서 그게 젤 힘든 것 같다. 나의 짐이 아니라 우리의 짐이기에.

작가의 이전글 일년 조금 지난 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