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걷는다. 모래 구릉을 넘어 아득한 시간의 언덕을 걷는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 한 톨, 한 톨에 시간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지구의 피, 용암이 서서히 식는다. 시간의 속도에 따라 화강암으로, 대리암으로, 현무암으로, 화산암으로 나뉘긴 하지만 그 속살은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풍화라고 하는 바람과 비에 의해 큰 바위에서 작은 바위로, 바위에서 돌멩이로, 다시 자갈로, 모래로, 흙으로 모양이 바뀌어 왔을 뿐 각각의 조각마다 역사의 기록이 오롯이 남아있다.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흘러와 지금 여기에 서로의 몸을 부딪히며 나의 발을 만나고 있는지.
머물러있지 않은 모든 것은 다시 흘러갈 것이다. 바람에, 비에 결국 바다에 이르러 침전되고, 다시 차곡차곡 쌓여 역사를 만들다가 지판의 이동으로 뜨거운 지구의 심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결국 형체를 잃고 붉은 피로 녹아들어 용암을 이루고 새로운 역사를 위해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