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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잼 Nov 21. 2021

사는 게 뭔가요

사노 요코, 사는게 뭐라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을 찾다가 제목이 하도 시니컬해서 읽게 되었다.

책 소개에 작가가 암 선고를 받고 난 뒤 투병기가 아니라 죽음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일상을 적어내려갔다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난, 이 할머니가 좋아졌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란 아직 젊은 내게는 막연한 것이다.

어렴풋한 상상은 한다. 난 죽음이 두렵지 않아, 그러니까 나중에 죽게 된다해도 아무렇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라는 말이 왜 3대 거짓말 중 하나겠는가. 막상 그 나이가 되면 삶에 질척거릴지도 모른다고 늘 스스로에게 각인 중이다. 절대 마음이 변하지 않길 바라면서.

나이먹는게 무섭고 서럽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는데... 남들보다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해왔다고 생각한다. 체력적인 면에서도 외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점점 속에서부터 썩어오는 게 느껴진다. 몇시간을 걷고 뛰고 지치지 않고 날아다니던 내 다리는 요새 자주 삐그덕 거린다. 족저근막염까지 생겼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익숙할 지경이다. 무릎은 필때마다 뚝, 뚝 소리가 나서 민망하다. 내 나이가 어느새 이만큼 왔을까. 죽는 건 두렵지 않았지만, 나이 먹는 건 두렵다. 서럽다. 슬픈 일이다, 늙어간다는 건.

하지만 사는 게 뭐라고, 암 선고를 받고도 일상을 유지해나가는 이 60대 할머니의 마인드에 마음이 끌리는 건,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인 거 같다.

나이를 먹어도 젊은 남자, 잘생긴 남자를 보면 마음이 화사해지고. 또 나이 들어서 그 화사해지는 게 대수냐, 그럴 수도 있지, 나이를 먹는다는 건, 더이상 마음이 화사해질 일이 없는 거라며 한류에 푹 빠지는 이 할머니가 마음에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일이 하나 있다.

난 원래부터 급한 성질머리에 넘치는 열정이 주체가 안되는 인간이지만, 나이가 드니 저절로 속도가 느려지고 마음을 다하는 일들이 늘어났다. 차근차근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내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모르겠다. 이대로 내가 60쯤 되면, 내가 꿈꾸는 여성상으로 변해있을지 누가 알까보냐. 그때가 되면 다시 한번 이 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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