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지만 시원해
그럴싸한 여름 하늘이다.
낮 시간동안 부지런히 햇볕을 거닐며 따스함을 몸 가득 머금었다. 이 따스함이 올 겨울까지 남아서 내 마음이 얼어붙지 않도록 지켜준다면 좋겠다. 마음이 젖을 때마다 말려주면 좋겠다.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 (톨스토이의 저서 제목) 어둠이 오기 전에. 마스크 때문에 공기를 실컷 들이마시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의 낮 산책에 온 몸이 열이 난다. 기분이 좋았다.
손을 대면 쨍-하고 맑은 소리가 날 것 같다. 그 매끄러운 표면을 타고 구름이 자꾸만 번진다. 구름은 자신이 퍼져나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 듯, 자신이 손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 확신에 찬 몸짓으로 자꾸만 번진다. 하늘을 보며 구름을 닮은 얼굴을 떠올린다. 따가운 여름 햇살을 온 몸으로 흡수하며, 오랜만에 그리움을 꺼내 말린다. 장마철 내내 습기로 인해 잔뜩 축축해진 마음을 꺼내 말린다.
바짝, 마르고 나면 다시 쨍하고 맑아질까.
한켠에 몰려드는 구름이 불안하다. 비를 품고 있을 것 같아서. 소나기라도 내리면 다시 또 젖을까봐.
주춤거리며 겨우 꺼낸 마음을 다시 집어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