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달 만에 지역 음악회에서 우쿨렐레 연주를?!
자이카(JICA) 단원들과 작은 음악회
이전 글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내가 활동했던 캄보디아 프레이벵 지역에서는 미국 봉사 단원과 일본 봉사 단원도 활동했다. 국적은 다르지만 캄보디아 시골 마을에 타국에서 온 봉사자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자주 어울리곤 했다. 여느 때처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던 중 CHIEMI에게 음악회 초대를 받았다. 음악을 전공한 자이카 단원 세 명이 모여서 캄보디아 현지 주민들을 위해 각자 활동하는 지역(프레이벵, 껀달, 깜뽕 츠낭) 순회공연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와우, 카페 하나 없는 이 시골 마을에서 음악회라니!!! 너무 멋진 기획이라며 물개박수를 치다가 얼떨결에 나도 참여하게 되었다. 풍성한 구성을 위해 꼭 K-pop으로 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약 10분 정도 악기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탁받았는데 내가 뭐에 씌었는지 바로 오케이를 해버리고 만 것이다.
난 참 입이 문제다. 뭘 할 줄 안다고 자신 있게 하겠다고 한 건지... 집에 오자마자 머리를 쥐어뜯었다. 머리채를 부여잡고 내린 결론은 동기들 긴급소집!!! 지역도 각기 제각각으로 멀고, 프레이벵은 관광지도 아니고, 공연까지 남은 기간도 얼마 안 돼서 거절당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다들 재미있겠다며 흔쾌히 참여해 주었다. 역시 우리 동기들이 최고! 지금 생각해 보니 '동기'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CHIEMI의 제안을 바로 수락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체톡으로 곡을 결정하고 각자의 집에서 연습 후 공연 이틀 전에 코이카 유숙소에 집합했다. 모두 본인 임지에서 할 일이 있고, 주말 외에는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숙소에서 새벽 두 시까지 연습했다. 프놈펜에서 프레이벵으로 넘어와서도 우리 집에서 연습 또 연습. 손가락 끝의 감각이 마비되는 줄 알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엄청 즐거웠다. 우리 동기들이 모이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항상 광대가 승천한다.
공연 당일. 리허설을 위해 공연 한 시간 전에 음악회 장소에 도착하니 자이카 단원들이 일본인 특유의 리액션으로 엄청나게 반겨주었다. 내 동기들 소개를 하는데 라타나끼리에서 왔다 그러니까 다들 입을 떡 벌리고 박수를 쳐주었다. 라타나끼리에서 프놈펜 버스로 12시간, 벤타면 8시간, 프놈펜에서 프레이벵까지 두 시간 반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단원들도 프놈펜을 거쳐 우리 지역으로 오려면 환승 시간 다 빼고 이동 시간만 최소 6시간 이상이다.) 정말 든든하고도 고마운 우리 동기들이다.
JICA 단원들의 공연 수준은 기대 이상이었다. 음악 전공자들답게 레퍼토리도 다양했다. 그에 반해 우리의 실력은... 나는 우쿨렐레, 시하누크빌 단원과 바탐방 단원이 기타, 프놈펜 단원과 라타나끼리 단원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캄보디아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우리가 공연할 때 훨씬 뜨거웠다. 한류 열풍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인기 최고인 투애니원의 'I don't care', 아이돌 노래고 신나면서도 연주가 쉬운 시크릿의 '별빛달빛', 캄보디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OST '그 사람' 이렇게 세 곡을 불렀다. 나름 포인트 안무도 따서 가미했다. 그중 '그 사람'은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 공연은 우리에게 졸업식 노래로 익숙한 '작별'을 자이카 단원들이 일본어로, 코이카 단원들이 한국어로, 피스코 단원들이 영어로, 마지막엔 관객들과 다 함께 캄보디아어로 부르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