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어깨에 큰 문제는 없었다. 태국 방콕 병원 의사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어깨에 염증이 가득 차 있었고, 통증 때문에 어깨를 거의 사용하지 않다 보니 주변 인대와 근육들이 굳어지고, 그로 인해 염증은 심해지고 통증은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고 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통해 치료를 받고 정확히 33일 만에 캄보디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직 완치된 것은 아니지만 통증이 있을 때마다 프놈펜에 있는 international SOS clinic에서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있어 큰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염증이 있어 스테로이드 주사와 물리치료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내심 태국에서도 치료를 못 해 한국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했더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리석은 마음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먼 나라에서 홀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많이 외로운 일이다. 아프기까지 하다면 더더욱. 어깨보다는 마음이 더 아팠나 보다.
프놈펜에서 사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안전사고에 대해 더 이야기 하자면, 코이카에서 하지 말라는 건 정말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국내 교육에서도, 현지 적응 훈련 중에도 안전사고와 건강 관리에 대한 강의가 있다. 특히 현지에 와서는 해당 국가에서 일어난 실제 사고 사례를 들려주며 조심 또 조심할 것을 신신당부한다.
캄보디아에는 모또돕이라는 대중교통이 흔하다. 흔히 알고 있는 툭툭보다 저렴한 오토바이를 이용한 대중교통이다. 나의 선배 단원 중에 한 분이 모또돕을 타고 이동 중에 백팩을 등에 메고 있는 채로 소매치기가 가방을 노리는 바람에 크게 다칠 뻔한 이야기, 최신형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 중에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그대로 강탈당한 이야기는 현지 적응 교육에서 들은 얘기인데 아직도 기억난다. 사람이 다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물건만 노린다는 것은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말처럼 흔하지 않기에 이렇게 회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하니 무서워서 백팩은 항상 가슴 앞으로 꼭 안고 다녔다.
사고는 방심할 때 일어나는 법.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캄보디아 생활에 익숙해졌다. 나에게도 사고가 일어났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한 번은 프놈펜 유숙소 근처에서 동기와 함께 걸어오다가 내 옆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갔는데 기분이 이상해서 보니 내가 메고 있던 크로스백을 끈이 칼로 잘려있었다. 간단하게 현금이나 핸드폰을 넣어 다닐 수 있는 다이소에서 산 얇은 끈이 달린 천으로 된 손바닥만 한 파우치였다. 눈뜨고 코를 베어도 모른다는 기분이 이런 걸까? 오토바이가 나와 살짝 가깝고 빠르게 지나간다는 느낌뿐 가방을 가져가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나는 다치지 않게 가방만 조용히 가져가준 고급기술에 감사해야하나 싶을 정도였다. 굳이 칼로 자르지 않고 낚아채기만 해도 끊어질 만한 끈이긴 했다.
두 번째 사고도 소매치기였다. 눈보다 빠른 오토바이 손길 이후 튼튼하고 몸에 착 붙는 슬링백을 들고 다니며 조심하였으나 시간이 흐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마음이 해이해진 틈을 타고 일이 벌어졌다. 프놈펜에서 친한 단원의 집에 가는 길, 뚝뚝에서 내리면서 아이패드를 손에 든 채로 뒷짐을 지고 걸어가고 있었다. 집 앞에 내려 문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 찰나의 순간에 묵직한 손길이 느껴졌다. 아이패드를 내 손에서 뽑아 가려는 시도였다. 당황하면서도 뺏기지 않으려고 손에 힘을 잔뜩 주는 바람에 다행히 바닥에 떨어졌다. 와장창 깨져버린 액정과 내 마음을 뒤로한 채 절도범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코이카 해외봉사단원들은 자신의 임지에서 타지역으로 지역 이동을 할 경우 반드시 해외사무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지도 않다. 단어는 ‘승인’이지만 보고에 가까운 절차이다. 종이 한 장만 적어내면 끝이다. 그런데 이게 귀찮아서 관리 요원의 눈을 피해 몰래 이동하는 단원들이 간혹 있다. 우리는 이걸 전문용어로 ‘점프 뛴다’고 한다. 나는 점프 뛰는 것을 극구 말리고 싶다. 지금껏 이야기했던 사건 사고가 내가 점프 뛴 곳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해 보라.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