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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엔다니 Jan 31. 2023

코이카 해외봉사단 지원 한번 해볼까? 말까?

해외봉사단 지원 동기가 무엇인가요?

"코이카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2012년 9월 23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 KOICA 한국해외봉사교육원. 긴장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하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앉아있는 내게 면접관이 제일 처음으로 한 질문이다. 코이카 봉사단원 생활 중에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기도 하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난 이 물음에 대답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꿈은커녕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던 대학 시절. 인터넷 서핑을 하다 대학생 해외단기봉사단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국어사전에서 봉사를 검색하면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나온다. 사전적 의의가 주는 느낌처럼 내가 생각하는 봉사란 대단한 희생정신이 필요한 것이었다. ‘방학 때 놀면 뭐 하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던데! 경험이나 쌓자.’하는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내 인생을 180도 바꿔줄 시간들을 보냈다. 이 열흘간의 활동들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내가 우리나라보다 못살고 불쌍한 캄보디아인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캄보디아 초등학생들과 열심히 놀다가 왔다. 대단한 희생정신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활동이 끝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 문득 우리들을 인솔하셨던 단장님을 보며 나도 저런 직업을 갖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캄보디아에서 얼핏 들었던 코이카에 대해 찾아보았다. 모집 분야에 간호가 있었다. 간호 대학생인 나에게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이때부터 학교를 졸업하면 필요한 경력을 쌓고 코이카에 지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학생 때부터 꿈을 꿔서 그런지 부모님도 별다른 반대가 없으셨다. 병원을 그만둘 때에도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과감하게 그만둘 수 있었다. 서류, 적성검사, 면접, 신체검사 등 여러 관문을 거쳐 나는 제75기 월드프렌즈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선발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왜 왔을까? 궁금했다. 동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면서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한테 물어봤다. 대답은 비슷했다. 정말 봉사에 뜻이 있어 온 사람. 다니던 직장이 거지 같다거나 취직이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에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해 현실 도피한 사람. 새로운 경험도 쌓을 수 있고 언어도 하나 배워갈 수 있고 봉사보다는 본인에게 득이 더 많다고 생각됐거나 본인의 인생에 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 크게 세 분류로 나뉘었다.

 내가 브런치에서 첫 번째로 쓴 글에서 장기 해외 봉사를 모두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쓴 이유가 여기 있다. 사실 봉사자로서 해외에서의 활동이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내가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고 넘치는 의욕으로 당연히 도움을 받는 처지인 현지 직원들이 도와줄 거란 (위험하고도 건방진) 생각으로 준비한 활동이 시작도 못하고 무산될 수도 있다. 게다가 코이카는 단신 부임이 원칙이다. 그냥 혼자 있어도 외로운데 머나먼 타지에서 언어도, 문화도, 생각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외로움은 가중된다. 현지에 코이카 사무소가 있고 단원들을 관리해 주는 코디네이터가 있지만 활동하는 단원 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한국에서 현실 도피를 하고자 한다면 한국보다 기본적으로 30년 정도 뒤떨어진 개도국이 도피처가 될 수 있을까? 코이카 또는 다른 장기 해외봉사를 갈지 말지 고민이 된다면 근본적으로 내가 왜 나가고 싶어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나는 사실 내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캄보디아에서 혼자 살아보니 나는 정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는 가족과 함께 살았기에, 항상 친구들과 있었기에, 가끔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도 했었기에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줄 몰랐던 거뿐이었다. 해외봉사단원으로 캄보디아에서 무엇이 제일 힘들었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외로움이다. 또 나갈 의향이 있냐고 묻는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서 코이카에 지원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지원하겠지만 두 번은 못 나갈 것 같다고 대답한다. (나중에 내가 은퇴하고 시니어 단원으로 가족들과 함께 가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1년 이상의 장기 해외 봉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물음에 스스로 답해보시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은 왜 해외 봉사를 나가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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