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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Aug 10. 2023

[상담회기] 13회차

사람 관계에서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이 가능할까

생리전 우울증마냥 겪는 우울감이 있다. 날씨에 대한 우울감이랄까. 그냥 조금 괜찮아지는 방법들을 택하고 잘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가끔 우울해지기는 하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과 잠깐 했다. 몇주에 문제가 되었던 부분인 사람은 아무래도 퇴사를 하시는 것 같이 보였다. 사내에서 공표된 부분은 아니었는데, 관련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조금 더 있어보고 이력서도 정리할 예정이다. 그래서 기분이 좀 좋은 편이다. 동호회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부분들도 재미있다. 전과 같이 여러 단톡 방에서 말을 많이 하던 지난 때랑은 조금 다른 형태의 모습이지만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다. 다만, 조심해서 말을 하고 있고,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가져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게 안도감이 들어서 감사하면서, 몇몇 친구들과는 유독 잘 지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평소에도 나를 불편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여전히 나를 싫어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이 위로가 된다. 이러나 저러나 행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는 방향을 가지고 가야할 것 같다. 아닌 사람은 어련히 알아서 잘 떠나가게 된다. 기본적인 예의만 잘 지켜간다면, 충분한게 사람관계다.


가끔 기본적인 예의라는게 어떤걸까에 대한 고민을 한다. 기본예의에 대한 기준선이 없는 사람이 '나'이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봤다. 지금 상황은 그 자리에서 내가 타겟이 되긴 했으나, 이걸 이렇게 까지 생각할거면 나는 친구들에게 거리를 둬야할까 고민했다. 사람들 간의 미묘함, 민감성에 대한 혼란성들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여진다던 선생님 말에 나는 왜 이런 상황을 겪게 되었나 바라보면, 공통관심사가 결혼 연애 이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고, 같은 동호회다 보니 소규모 모임들이 있긴 한데..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소규모에서 더 소규모로 모여야만 서로의 니즈와 취향이 많이 알게되는 관계들이었다. 사람들이랑 마주하는게 불편해지는 것은, 아마도 관계들 속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기 때문이겠다. 한참 바라보며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던 친구들이라 좋았던건데, 그런 상황에서 내가 상처가 되는 말들을 그 친구들에게 듣게 되어서 배신감이 들었던 것만 같다.


친구들과 말할때 들어주는 편이다. 다만 요즘은 한 친구가 맨날 똑같은 문제들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게 답답했다. 혹은, 나에게 생전 연락 안하던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도 '이걸 왜 나한테 이야기하는건가'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반면교사를 삼자면, 그들 역시 어딘가 터놓고 싶었을 뿐이겠다. 다만, 나는 전문 상담가가 아니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왜 하필 나냐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럼 나는, 지금 전문가와의 상담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만약 이 상담이 끝나고 나면 나는 어디에 터놓을수 있을까. 내가 터놓는 순간에 누군가도 나랑 비슷하게 귀찮아하거나 불편해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사람을 온전히 믿는 것도너무 의존적이지만, 너무 안믿는거도 문제인것 같다. 상담을 하기엔 인생을 비교적 제법 살아왔고, 그 인생 전반을 훑어야하므로, 찰나의 한시간씩 보는 상담기간에 큰 변화를 보기는 어렵다. 단기상담으로서 10회기는 짧다. 장기적으로 봐야할 것 같다. 내 마음이 어떤지 인식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을 배우고 익히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어진다. 한달 내내 나와 관련없는 타인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비교적 어렵다. 본인의 마음을 추스리기 위한 행동일 텐데 그사람이 나를 믿고 이야기한건데 좋긴 하면서도 조금 귀찮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내마음이 선생님과 비슷하다고 한다. 친구가 내게 푸념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선생님이 나를 보고 있는 모습이랑 비슷하다고 하셨다. 친구가 이래저래 푸념하는 모습이 안타까운 건 내 모습인데, 선생님은 내가 친구를 보는 모습을 나한테서 느끼고 있어서 안타깝단다. 이걸 어쩌나.. 중이 제머리 못깍는게 딱 걸맞는다.


사람 관계에서도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게 나였음을 오늘에서야 인지했다. 친구한테 조언했던 이야기들을 보니 그런 패턴들로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의 친구처럼 행동을 한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털어두고, 관계를 규정하지 않고, 짜증도 내고 화도내는 일을 반복하며 마음을 서서히 정리해간다고 한다. 단지, 내가 조금 남들과 다른 부분들 가진 사람이구나 인지하는 날이었다. (여담인데, 혹시라도 나는 규정되지 않을 남자들을 지나치게 밀어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누군가는 나랑 찐친이되고 싶었을 수 있다. 혹은, 이해관계와 관련없이 잘 지내보려 했을 수도 있다. 단지 내가 규정한 상태가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의 선은 이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한다고 상대방에게 압묵적인 강제성을 부여했을 수도 있다. 기존 회사에 계신 분들이랑은 잘지냈는데 유독 전 직장에서만 그랬나 싶기도 하고 , 유독 그 과장님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것 같기도 하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인건 확실했다. 그 과장님이 불편했던건, 1. 내 스케줄을 침범하는 행동들이 불편했고,  2. 원치 않은 지출이 불편했으며, 3.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는 것들이 불편했다. 그러니 결국 서로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 맞지않음을 애써 맞는 척 하며 6개월가량을 보냈으니, 그분 입장에선 우리가 엄청 잘 맞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더 다가오지 않으셨으면 했는데, 반대로 생각한다면 과장님입장에서는 '잘 지내다가 왜그래?' 라는 뉘앙스로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올바르지 못했던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은 분명 문제가 되는 부분이긴 하나, 내게 집착을 한 사람이라 느꼈기때문에, 어쩌면 심리적으로는 스토커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었는데, 너무 과하게 생각해왔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었다.


유독, 일이 많이졌고, 일을 많이 했고, 그래서 별 무리없이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날들이었다. 감사하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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