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1

낯섦

by 고성프리맨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왜 이런 데서 자고 있었을까.’

잠시 주위를 살펴보니 넓은 공간에 열댓 명의 사람들이 보인다. 가운데 형광등이 켜져 있고 주변부는 다소 어둡다. 바깥은 상당히 어두운 느낌인데 창문이 열려있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바닷가 근처인 거 같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그리고 저 멀리 빛이 비치는 집이 보인다. 어림잡아 30분 이상은 걸어야 도착할 거리인 거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곳으로 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안녕하세요. 저기 불빛 비치는 곳은 어딘가요?”

”모르겠어요. 집인 거 같은 데 갈 생각도 하지 말아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지금까지 저곳에 관심 가지고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그건 그렇고 난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주변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본다. 자세히 보니 어딘가 생기도 없어 보이고 다소 침울해 보인다. 무언가 불안해 보이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정신 없어지는 기분이다.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정리해 본다. 일단 여기서 계속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저기. 혹시 랜턴 같은 거 있나요?”


내 옆에서 중얼중얼 무언가를 읊조리고 있는 여자에게 물어봤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나이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자세히 들어보니 기도를 하고 있는 거 같다.


”저기요!! 제 말 들었나요?”

”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요. 뭐라고 하셨죠?”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닌데 미안해요. 혹시 랜턴 본 적 있으신가 해서요.”

”아.. 네. 저기 벽 끝으로 가면 비상손전등이 있었던 거 같은데 랜턴은 왜 물어보세요?”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너무 어두워서요. 불빛이 필요해요.”

”밖으로 가신다고요? 여러분! 이 분이 바깥으로 나가신다네요.”


정신없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다들 멈춰 섰다. 그리고 전부 나를 무섭게 노려본다. 사람들을 불러 모은 여자까지 나를 노려보고 있다.


”전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바깥에 위치한 저곳을 좀 조사해 봐야겠어요. 혹시 같이 가실 분 있으신가요?”


다들 나를 노려보기만 할 뿐 누구 하나 대답하는 이가 없다. 애써 시선을 무시하고 여자가 알려줬던 비상손전등을 찾으러 걸어간다.


”말려야 해!”

”말려야 합니다. 저 사람도 죽을 거예요.”

”저기요 잠깐 멈추세요!”


발걸음을 멈춰 서고 그들을 쳐다봤다.


”제가 저곳을 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아무도 저곳으로 갈 수 없어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괜찮습니다. 하지만 전 가봐야겠어요.”

”이곳은 안전해요. 바깥은 잘 보이지도 않아요. 그리고 불빛이 비치는 저곳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제가 볼 땐 이곳도 안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다들 불안해하고 있잖아요.”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요. 그냥 여기 있어요. 한 번만 더 얘기하면 사정해도 그땐 바깥으로 쫓아내 버릴 거니까요.”

”원하던 바예요. 랜턴만 좀 가져갈게요.”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 사람들에 의해 결국 쫓겨났다. 그나마 랜턴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바깥에 나와서 있던 곳을 쳐다보니 2층 짜리 주택이다. 창문 너머로 경멸하듯이 쳐다보는 불쾌한 시선이 느껴진다.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내가 가야 할 곳을 살펴본다.


아까 봤던 것보다 빛이 더 멀리서 보이는 거 같아 걸어서 가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길은 하나인데 그리 넓어 보이진 않는다. 길은 산을 깎아서 만든 거 같다. 길 옆에 펜스가 쳐져 있고 그 밑은 바다인 거 같다.


바람이 심하게 불진 않지만 세찬 파도소리가 들린다. 랜턴을 한 번 켜본다. 생각보다 밝아서 유용할 거 같다. 일단 배터리를 아껴야 하니 지금은 꺼놓고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을 때 사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