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4

창훈의 꿈

by 고성프리맨

“진짜 있었던 일이야?”

”응. 어디 속 시원히 얘기할 사람도 없었고 생각만으로도 몸이 굳어져서 힘들었어.”

”힘들었겠다..”

”그렇지 뭐. 근데 이게 끝은 아니라서. 더 얘기해 줄까?”

”미안. 말을 끊었네. 천천히 다 얘기해 줘. 내가 다 공감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노력해 볼게.”

”고마워. 이번엔 둘째 누나에 관한 이야기야.”




큰 누나를 허망하게 떠나보내고도 시간은 잘 흘러갔다. 적응 안 될 거 같던 일도 시간이 흘러가니 무뎌졌다. 집에서는 가족 중 누구도 큰 누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얘기하지 말자고 정한 것도 아닌데 참 신기한 일이다.


내가 꾼 꿈 내용에 대해선 일절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꿈 내용을 얘기하면 다른 가족까지 두려움을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이 일찍 들은 걸까?’


그건 아닌 거 같다. 특이한 사건을 겪었지만 난 여전히 철없는 막내일 뿐이다.


시간은 흘러서 어느덧 내 나이도 13살이 되었다. 그동안 가족들은 안 좋았던 일에서 많이 해방된 느낌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가끔 꿈이 생각날 때가 있었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잠에 들은 밤이었다. 꿈속 배경이 어딘가 익숙했다. 예전 큰 누나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그 장소 그대로였다. 우리 가족은 나를 포함해서 나루터에 있었다. 큰 누나만 빼고. 애써 강가 쪽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고개가 저절로 돌아간다. 배에는 두 개의 실루엣이 보였다.


하나는 누나를 데려간 존재 그리고 큰 누나. 불쌍하게 죽은 큰 누나는 모습이 많이 변해 있었다. 목에는 선명한 줄 자국이 보였다. 튀어나온 눈에 혀는 입 밖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죽음의 순간과 연관 있는 모습이다. 큰 누나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 보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차마 볼 수가 없었는데 강제로 눈이 떠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지켜봤다. 누나 옆의 존재는 그런 나를 의식하지 않고 누군가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이번 대상은 둘째 누나였다.


’제발. 그만해 줘.’


예상은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둘째 누나를 데려갈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냥 바라보고 있는 거 외엔 없었다.


’악마다. 분명히 악마 놈이야. 우리 가족을 다 데려가려는 건가?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러는 거야. 내 말이 들린다면 그만 멈춰줘.’


나의 마음속 목소리가 들린 것처럼 그가 나를 슬쩍 쳐다본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둘째 누나를 향해 건너오라는 손짓을 보낸다. 둘째 누나도 똑같았다. 뭔가에 홀린 듯 강으로 걸어갈 뿐이다. 그런데 이번엔 큰 누나까지 같이 손을 흔들고 있다. 날 보면서 손을 흔든다. 누나의 무서운 모습과 정면으로 마주한 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몸이 굳어져간다. 나의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강으로 걸어지고 있다.


’제발 누가 이 악몽에서 깨게만 해주세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대신해 마음속에서 애타게 가족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둘째 누나는 이미 머리를 제외하고 몸이 잠긴 상태다.


’여기까지인가.’


나를 부르는 누나 옆의 존재도 나를 쳐다보고 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이상하게 즐거워 보였다. 목숨을 이렇게 가벼이 거둬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었는데. 해보지 못해 아쉬운 것들이 떠올랐다. 그때 갑자기 주변 풍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리는 풍경 사이에서 나를 쳐다보는 악마의 시선이 섬뜩하게 느껴지면서 잠에서 깼다.




볼이 얼얼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엄마가 내 뺨을 때리고 있었다.


”아.. 아파.”

”창훈아!!”

”아파 엄마. 그만해.”


엄마가 울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창훈아 너까지 큰일 나는 줄 알고. 엄마는 너무 무서웠어.”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너 기억 안 나? 밤에 일어나서 혼자 문 열고 밖에 나가려고 하고 있었잖아. 잠결에 문소리가 들려서 도둑인가 싶어 나왔더니 창훈이 네가 혼자 걸어가더구나. 놀라서 이름을 불렀더니 무섭게 쳐다보다가 기절해 버렸어.”

”내가? 전혀 기억이 안 나.”

”아무튼 다행이야. 집에 너랑 둘 밖에 없어서 더 무서웠는데.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고마워.”


’내가 몽유병이 있다고?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문득 꿈꿨던 게 떠올랐다. 하필 둘째 누나는 대학교를 다니느라 기숙사 생활 중이었다.


”엄마. 혹시 둘째 누나한테 지금 전화해 볼 수 있을까?”

”지금은 시간이 늦어서 전화연결이 안 될 텐데. 내일 아침에 해봐도 되니?”

”그래도 일단 전화해서 안부만 물어봐 주면 안 돼? 설명은 못하겠는데 느낌이 좋지 않아.”


창훈의 얘기에 엄마는 공포감을 느끼며 얼굴이 질렸다.


’지금 일은 이미 상식을 벗어났어. 하지만 확인이 필요해.’


엄마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기숙사에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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