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5

꿈 그리고 남은 사람들

by 고성프리맨

“창훈아 누나가..”


엄마가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너무 놀라 엄마한테 다가가 몸을 잡았다. 엄마의 떨림이 내게 전해져 온다.


”엄마 왜 그래?”


말을 꺼내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저번 꿈을 꿨을 때 큰 누나의 자살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같은 일이 생겼을 까봐 불안감이 생겼다. 엄마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일단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지켜봤다. 흐느낌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혹시 누나가 잘못된 거야?”

”아직 모르겠는데 의식이 없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창훈아 너 오늘 혼자 집에 있을 수 있겠어?”

”나도 같이 가야지.”

”내일 학교 가야 하니 넌 집에 있어. 엄마가 상황 알아보고 전화 줄게. 그리고 현장에 넌 아직 미성년자라 못 들어가.”

”아..”

”엄마 말 들어. 알겠지?”

”네..”




결과적으로 그날 엄마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그날 이후 엄마와 둘째 누나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이 모든 일이 꿈을 꾼 나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해외로 출장을 가셨던 아버지는 다음 날 저녁에 돌아오셨다.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오시던 아버지의 황망한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장례를 치러야 했지만 일단 아버지는 장례 절차를 하루 더 미루기로 하셨다.


”창훈아. 아빠도 정신이 없구나. 그래서 널 데리고 갈 수가 없는데 잠시만 기다려 줄 수 있을까? 혜리도 집으로 오는 중이니까 좀 있으면 도착할 거야. 밥 꼭 챙겨 먹고. 미안하다.”

”네. 몸조심하시고요.”


아직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일 외에는 없었다. 갑갑하고 어디에 소리라도 크게 지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




아버지는 저녁 11시 정도가 돼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무탈하게 돌아오셔서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혹시나 아버지까지 잘못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란 생각을 속으로 해보고 있었으니까.


”혜리도 왔구나. 둘 다 잠깐 얘기 나누자.”


평소 가족이 모여 식사하던 모습이 떠오르는 식탁에 앉았다. 이제 남은 가족은 우리 셋뿐이다. 아버지가 어떤 말을 꺼낼지 아버지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너희도 알아야 되는 나이지. 이제 우리 셋 밖에 없구나.”


말을 하시는 내내 아버지는 우리의 얼굴을 보지 않으셨다. 초점 없는 눈은 어디를 보는지 모르게 시선이 떨궈져 있다.


엄마는 그날 택시를 잡으려고 하셨다. 하지만 늦은 시간에 택시가 잘 있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엄마를 지나쳐가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엄마는 지나가는 아무 차라도 얻어 타야겠다 싶었는지 도로 위에서 지나가는 차를 기다렸다. 몇 대의 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다가오는 트럭이 한대 있었는데 미처 엄마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덮쳤다.


운전수는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음주 운전이나 졸음운전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좀 더 상세 진술을 받아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며 경찰 측에서도 거짓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추정했다.


둘째 누나는 기숙사 침대에서 발견되었다. 늘 같이 생활하던 룸메이트는 하필이면 그날 일이 있어 같이 없었다. 누나가 발견된 시간은 기숙사 취침 시간이 지나고 순찰을 하던 분에 의해 발견되었다. 불이 꺼져 있지 않다 보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갔을 때 누나는 손목에 자해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여러 자해 흔적 중 한 곳에서 피가 흘러나와 시트가 붉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분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주저앉았는데 희미하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 살아 있으신가요?”

”…”


무언가 얘기 소리 같았지만 몸에 힘이 빠져서인지 누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용기를 내 좀 더 다가갔다.


”살.. 려주.. 세요.”


누나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몸에서 피가 많이 빠져나가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상태였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사람을 불러올게요.”

”사.. 살려줘.”


사람을 데리고 돌아왔을 땐 이미 숨을 거뒀다.




아버지의 얘기는 여기까지였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빠? 혜인 언니가 살려달라고 한 게 사실이에요?”

”목격자가 두 번이나 들었다고 하니 그렇겠지.”

”하아..”


셋째 누나가 고개를 떨궜다. 그리곤 잠시 후 생각을 굳힌 듯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빠 그리고 창훈아. 내 얘기 잘 들어야 해.”


엄마와 첫째 그리고 둘째 누나의 죽음이 벌어지고 나서야 우리 가족은 얘기를 나누었다. 혜리 누나는 어린 시절로 얘기를 거슬러 올라갔다.


”혜선 언니 그리고 혜인 언니하고 난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었어. 엄마, 아빠한텐 말 못 했었지만 우리는 악몽을 꾸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