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6

오래된 고민

by 고성프리맨

혜선 언니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9살 정도부터 꿈을 꿨는데 처음엔 그냥 무서운 꿈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꿈은 반복해서 꾸기 시작했고 횟수도 늘어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꿈 얘기를 터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꿈에서 괴롭힘을 당하며 몇 년을 참아냈다.


이미 언니에게 있어 밤은 너무나 두려운 시간이 되어버렸고 일상생활에도 많은 지장이 생겼다. 하루는 잠을 자려는데 혜선 언니가 얘기를 꺼냈다.


”얘들아. 잘 자.”

”언니도 잘 자.”

”저기.. 근데 나 좀 무서워.”

”왜에? 무서운 거라도 봤어?”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나 자꾸 이상한 꿈 꿔.”

”꿈? 궁금하다. 말해라 언니야.”


잠시 고민하던 혜선 언니는 결심한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네는 꿈 자주 꿔?”

”음.. 난 꾸긴 하는데 일어나면 맨날 생각이 안 나. 혜인 언니는?”

”난 어제 인형놀이하고 있었어. 친한 친구랑 재밌게 놀아서 너무 좋았어.”

”그렇구나. 언니는 꿈을 안 꿔보는 게 소원인데. 조금 무서울 수도 있는데 듣기 싫으면 말해 알았지?” ”응!”




[혜선의 꿈]


눈을 뜨면 언제나처럼 침대에 누워 있다. 같이 자는 혜인이하고 혜리는 보이지 않는다.


’또 시작인가 보네.’


이제는 체념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좀 있으면 그가 올 텐데. 그는 어릴 때부터 나를 꾸준히 찾아온다. 나타나는 모습은 매번 다르지만 이제는 안다. 같은 존재라는 걸. 오늘은 어떻게 또 나를 괴롭히려는 걸까. 기분 나쁜 고주파 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나타났다.’


오늘은 내 바로 옆에서 그가 나오려고 한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내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 자세히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기분 나쁜 느낌과 나를 만지는 촉감은 느낄 수 있다. 팔이 차갑다. 그의 손은 항상 차갑다. 몸에 닿는 순간부터 소름이 돋는다.


’제발. 내 몸에서 떨어져 줘.’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말도 나오지 않는다. 온 마음을 다해 속으로 외칠 수밖에. 서서히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머리가 돌아가 있다. 내 눈에 그의 입과 치아가 먼저 보이기 시작한다. 뒤집어진 혓바닥도 보인다. 늘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오늘따라 더 징그럽고 기괴하다. 서서히 올라오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기 싫은데 눈이 감기지 않는다. 눈알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쪽 눈은 기분 나쁜 색감의 빨강으로 물들어 있다. 자세히 보니 흰자에 자그마한 바늘도 몇 개 박혀 있다. 그것 때문에 출혈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올라오던 그의 몸이 꼿꼿하게 서있다. 그의 눈이 나를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있다. 거꾸로 뒤집어져 있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언제나처럼 같은 말을 하겠지.’


”너는 나와 결혼을 한다.”


그의 입이 움직인다. 크게 말하지 않는데도 내 뇌를 흔들 정도로 크게 귓속 안에서 소리가 울린다.


”나와 결혼을 한다.”

”안 해!!”


마음속으로만 외치던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의 입이 이죽거리기 시작한다. 매섭게 쏘아보는 그의 안광이 나의 마음속을 샅샅이 훑어보는 거 같다. 발가벗겨진 거 같은 수치심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른다.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잘못했어요. 시키는 대로 할게요. 결혼만 빼고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여전히 매섭게 나를 쏘아보고 있다.


”나와 결혼을 한다.”


다 포기하고 싶다. 그의 말대로 결혼을 한다고 해야 할까.


’왜 나는 다른 사람처럼 살 수 없는 거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오기가 생겨났다.


’너 따위와는 절대 그럴 일 없어.’


”꺼져!”




눈이 번쩍 떠진다. 고개를 돌려보니 움직여진다. 동생들은 잘 자고 있다.


’오늘도 결국 또 꿈을 꿨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불쾌한 상태로 다시 잠을 잘 수 없을 거 같아 잠시 몸을 일으켰다. 새벽 3시 50분. 오늘도 피곤한 하루가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