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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May 30. 2024

인기 소설의 대필 작가가 되어버렸다.

그냥 써 보는 이야기 10

소설입니다 :)




지이이잉-


"올라왔다! 내 마약!!"


요즘 빠져들어서 미친 듯이 읽은 웹소설의 최신화가 올라오자마자 바로 소장권을 이용해 읽기 시작했다.


'와.. 미쳤다. 히에에에엑- 이렇게 전개가 된다고?'


올라온 지 3분이 지나기도 전에 벌써 다 읽었다.


'아.. 벌써 다 봤어. 또 언제 기다리지?'


500화가 넘는 회차를 읽었지만 여전히 재밌고 기다려지는 소설이다. 최근 연재 속도와 달리 요즘 들어 작가가 계속 아프다고 하거나 일신 상의 이유가 있다며 비정기적인 연재가 되기 시작했다.


매일연재 -> 격일연재 -> 격주연재 -> 이주에 한 번 -> 한 달..


연재주기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몇 달이 지나야 1 - 2편 정도 올라오고 있는 형태다. 그렇지만 괜찮다.


'제발 연재중단만 하지 말고 올려만 주세요!! 작가님 제발 무탈하세요!! 부디~'




작가지망생인 난 몇 년 전 겨우 1질의 소설을 다 쓰고 난 뒤엔 도저히 신작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질 않는 상태다. 그나마 아는 형들이 만든 작업 공간에 불러줘서 마실 겸 방문하는 정도가 하루 일과의 전부. 오늘은 치킨 사놨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형님들~ 귀염둥이 와쪄염 :D"

"왔냐? 망생이. 치킨 먹어라. 같이 글 쓰던 저기 파란둥이님이 쏘는 거야."

"네? 왜요? 뭐 좋은 일이라도 생겼어요?"


식은 치킨 다리를 우걱우걱 씹으며 파란둥이님을 쳐다봤다. 나와 같은 지망생이면서 글이 재미가 없어서 매번 투고도 그렇고 까이기만 하는 그를 보며 위안을 얻곤 했다.


"헤헤.. 저 됐어요."

"응? 뭐.. 헉! 대박!!! 계약했어요??"

"헤헤.. 그게. 되네요. 하하."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


"와.. 축하해요. 정말 고생 많았잖아요 그쵸?"


말로는 축하한다고 읊조렸지만 식욕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 보니 나 빼고 여기 있는 모두는 전부 프로 작가구나.


내 표정이 어두워진걸 눈치챈 형이 급격히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불편한 주제였다.


"자자.. 축하할 일은 축하하고 앞으로 고생길이 훤해. 그리고 찬성이 너!"

"네?"

"인마. 이제 너도 글 좀 써라. 봐.. 쓰면 다 된다니까?"

"아니. 안 쓰고 싶어 그런 게 아니라요. 구상 중이에요."

"뭔 구상을 아직도.. 돈은 안 떨어졌냐?"

"알바하고 있어요."

"뭐 편의점?"

"네에... 야간."

"휴.. 작가 되고 싶다면서 언제 글 쓰려고 그래. 너 내가 대필작가 알바자리 소개해줄까?"


'웬 오지랖? 대필작가? 내 작품 쓰기도 바빠 죽겠는데. 아.. 나 안 쓰고 있지.'


"뭐요.."

"너.. oooo 작품 알아?"


'어..!? 그거 내 최애 작품인데!!'


"아.. 알죠! 그거 읽는 게 제 낙인데요!"

"음.. 그래.. 그렇단 말이지. 너 이거 비밀인데.."


꿀꺽-


"작가한테 문제가 좀 생겼거든. 자세한 건 일하기로 계약하면 알려줄 거고. 아무튼 출판사에서는 많이 곤란한 모양이야. 너도 읽어서 알겠지만 작가가 계속 들쑥날쑥 연재하고 있어서 원성이 자자하잖아."

"그.. 그렇죠."

"그걸 이어서 한동안 대신 써 줄 사람이 필요한 모양이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진 말고. 그 인기작이라 부담이 되긴 할 텐데. 그냥 대충 이전 에피소드 비슷하게 조금 늘여가면서 그 있잖아. 사람들 재밌어하는 포인트 딱딱 짚으면서. 알지 내 말?"

"아아.. 그러니까.. 익숙한 클리셰를 활용하라 뭐 이런?"

"그렇지 그래. 어때해볼래?"

"아니.. 그런데. 제가 능력도 안되는데.."

"인마! 너 글 잘 써! 어떻게 안 해볼래? 좋아하는 작가라며?"

"그게.. 제가 잘 못 썼다가 누가 될 수도 있고.."

"편당 300만 원 이라는데."

"네??!!! 네???????"


'뭐 편당 300만 원!? 나같이 무명작가에게??'


"쓰기만 하면 300만 원 입금이야. 어때? 표정이 확 변하네? 크크."

"아.. 300이면.. 세상에.. 그.. 그런데 형. 저 무명인데요?"

"걱정 마. 테스트는 당연히 하지. 그런데 너 정도면 무난해. 너 원래 마이너 한 장르 좋아하잖아. 이참에 한 번 버스 탄다 생각하고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봐."

"제가 욕심내도 되는 일일까요?"

"나야 모르지. 어떡할래? 연락해 줄까?"




그렇게 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모든 과정이 진행되었고 일사천리로 테스트는 통과되었다.


"자 이제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비밀유지 서약서에도 사인하시고요. 절대로 누설하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아아.. 네."

"그리고 내용은 주에 두 편씩 마감일 이틀 전에는 꼭 보내주셔야 해요. 반려되는 부분은 지켜서 수정해 주시고요."

"네네. 걱정 마세요."


'동경하던 작가의 작품을 이어서 쓰게 될 줄이야.'


하지만 몰랐다. 이 자리가 독이 든 성배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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