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25

소멸

by 고성프리맨

[주의] 작품의 특성상 잔인한 표현이 있을 수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시헌의 강한 기운은 그동안 억울하게 죽임 당한 사람들의 원혼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법주 스님의 일격으로 많은 수의 원혼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남은 원혼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으로 인해 분노와 증오가 한껏 고조되어 있는 상태였다. 김시헌은 아직 살아 있는 곽의원의 몸을 원혼들에게 바치는 의식을 통해 힘을 보강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원혼들이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큰일이지만 방법이 없다.’


강한 저주에는 강한 대가가 필요하다.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보니 저주가 발현되면 김시헌 본인의 의지까지 잃어버릴 수 있는 상태였다. 목적 없는 원혼 덩어리로 변하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직 나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놈부터 없애지 않는다면 어차피 뒤는 없겠지.’


망설임 끝에 결심한 듯 무서운 속도로 곽의원의 몸을 파고들어 번쩍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법주스님도 미처 대처를 하지 못했다. 곽의원의 몸이 공중으로 들려지는가 싶더니 이내 갈기갈기 찢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김시헌의 모습 속에 다른 원귀의 모습이 하나하나 형상화되며 나타나기 시작한다. 찢어지는 육신 사이로 흐르는 피를 받아먹으려는 듯 날뛰는 원귀들의 모습이 지옥을 연상시킨다.




한편 법주 스님은 눈이 번쩍 빛나더니 몸이 새까맣게 변하기 시작한다. 새까맣게 변한 몸에 검붉은 빛의 문양이 몸을 뒤덮는다.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를 실행하겠는가? 마지막으로 묻겠다. 무엇을 원하는가.’

’칼리신이여. 내 눈앞에 보이는 악귀의 완전무결한 소멸. 그것이면 됩니다.’

’ 뜻한 대로 될지어다.’


칼리는 김시헌이 던졌던 가위가 땅에 떨어져 있음을 인지하고 몸을 숙여 가위를 들었다.


”मैं अब मृत्यु हूं, संसार का नाश करने वाला।”


외침과 함께 가위를 법주 스님의 목에 있는 힘껏 찌르더니 목을 잘라내기 시작한다. 자른다기보단 힘을 주어 목을 뜯어내는 것에 가까운 행위였다. 목 주위를 다 잘라내고 마지막으로 양손을 머리로 가져가 있는 힘껏 꺾더니 그대로 뜯어냈다.


”죽임을 당한 아수라의 머리여. 이제 나와 같이 눈앞의 적을 죽이러 갈지어다.”


법주 스님의 잘린 머리에서 검은 피가 뚝뚝 땅으로 떨어진다. 목 없는 몸에 강한 힘이 흘러넘친다. 악귀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같은 시간 김시헌은 찢긴 곽의원의 육신을 한층 더 잘개 찢으며 남은 피 한 방울까지 원귀들에게 바친다. 들끓는 원귀들이 당장에라도 김시헌을 집어삼키기라도 하려는 듯 몸집을 부풀리며 위협을 가한다.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흩어진다. 흩어진 원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참한 존재. 그저 어딘가에 뿌리 박혀 영혼이 소멸될 때까지 땅에 붙잡혀 있는 저주에 빠질 것이다. 나에 대한 분노, 복수심, 증오를 내게 다오. 목적을 이루는 날 너희의 뜻대로 할 것이다.’


피의 저주로 이루어진 김시헌의 모습은 악귀들에 의해 이미 엄청난 크기로 변해 있었다. 검보랏빛의 음기가 가득한 가운데 달려오는 중의 몸과 머리가 보인다. 잘린 머리의 눈코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어둠이 타들어간다. 김시헌과 원귀는 조각난 곽의원의 뼛조각들로 몸을 감쌌다.


”와라!”


달려오던 스님의 몸과 원귀의 부딪힘에 유리가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파열음이 주변에 퍼진다. 한동안 육탄전이 벌어진다.


”पहला”


한 손에 들린 머리로 김시헌의 영혼에 타격을 가한다. 뼈와 머리가 부딪치며 머리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김시헌의 영혼 일부분도 소멸되었다.


”दूसरा”


계약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칼리는 연이어 주문을 외우더니 그대로 밀어붙인다.


’밀리는구나.. 버텨내야 한다!’


피의 저주로 커졌던 원귀가 하나둘씩 소멸되기 시작하자 다급해지는 김시헌이었다. 이미 생의 영역을 벗어난 법주 스님의 의식도 점차 희미해져 가기 시작한다. 몸에 남아 있는 힘도 피도 줄어간다.


’마지막인가.. 칼리신이여. 그대의 전지전능한 힘을 보여주소서.’


”तीसरा नष्ट करना”


칼리는 모든 힘을 쥐어짜 내며 결국 김시헌의 영혼을 뚫어버린다.


”안돼! 아직 내겐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허무한 외침과 함께 김시헌의 원귀들이 어지러이 흩어진다. 흘러넘치던 음기도 줄어들었다.


’이대로 소멸하기엔 억울하다. 이렇게 사라질 순 없어..’


희미해져 가는 김시헌은 마지막 남은 생의 의지를 품고 도망친다. 마지막 일격 후 그대로 쓰러진 법주 스님의 몸에 이미 칼리의 흔적은 사라져 있었다. 검게 변했던 몸도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왔다. 어딘가에 떨궈진 머리에서는 도망치고 있는 김시헌의 모습이 보인다. 끝까지 쫓아가 악귀를 없애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가 안쓰러웠다. 하지만 홍심이가 무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지어졌다.


’한 번 더 너의 얼굴이라도 보고 간다면 좋았을 텐데. 험한 세상에서 부디 잘 지내길 바라마.’


법주 스님의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