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특성상 약간의 비속어가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년 후]
”걱정 마세요!”
”미안하다 경남아. 혼자만 보내서.”
”형. 잘 가. 나중에 한국 놀러 갈게.”
”잘 가라.”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에 서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캐나다로 온 지도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캐나다에서 합격한 대학교가 있긴 했지만 한국 생활에 대한 그리움도 남아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한 한국 쪽 대학교에 합격하면서 한국 생활에 대한 꿈이 더 커졌다. 결국 부모님께 고민을 털어놓고 긴 논의 끝에 한국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한국은 많이 변해있을까?’
이민 온 후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사실 요즘 분위기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마 간간히 보는 한국 콘텐츠를 통해 소식을 알고 있는 정도. 한국에서 혼자 지내야겠지만 그래도 예전 이민올 때보다는 덜 두렵다.
’빨리 도착하면 좋겠다.’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는데 괜히 설렌다. 문득 소영이 생각도 난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으아.. 힘드네.”
장시간 비행 때문에 녹초가 됐다.
’한국까지 멀긴 멀구나.’
잠시 기다렸다 짐을 찾고 출구로 걸어가는 데 빛이 비친다.
’한국에 오긴 왔구나 하하.’
갑자기 혼자라는 생각에 맘이 좀 뒤숭숭했지만 앞으로의 한국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출구를 빠져나가는데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스케치북에 뭐라고 써져 있다.
김경남 금의환향 환영!
’아 저게 뭐야!’
그곳엔 오래된 내 친구 안경잽이 정수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짜식. 하나도 변한 게 없네.’
정수를 향해 걸어가서 괜히 눈을 찡긋한다.
”야! 나와줘서 고맙다.”
”웰컴!”
괜한 민망함에 코를 한번 쓱 문질러 본다.
”경남아 너 키 많이 컸다? 예전에 나보다 작지 않았냐?”
”맨날 기름진 거 먹어서 그런가 키가 크긴 크더라고.”
”영어는 많이 늘었냐?”
”그냥 쓰는 거지 뭐. 어떻게든 되긴 되더라고.”
”암튼. 원룸에서 계속 지낼 거야?”
”뭐 집 비워질 때까지는 그래야지.”
”그래 가자. 야 너 혹시..”
”응?”
”윤소영 때문에 한국 왔냐?”
”아 뭐래! 야 그게 언제 적인데. 근데 소영이는 잘 지내냐?”
”병신. 궁금하긴 한가 봐?”
”아씨 아냐고?”
”몰라. 고등학교 때부턴 갈라져서. 그냥 뭐 잘 지내겠지. 그래도 연락처는 안다. 알려줘?”
”어? 정말?”
”이 새끼 또 설레하네. 공짜는 안되고.”
”아 진짜. 자꾸 이럴래? 넌 어떻게 변한 게 없냐.”
”농담이고 술이나 한잔하자. 술은 마시지?”
”맥주 한잔 정도는 가능함.”
”장난하나. 맥주가 술이야? 오늘 밤 내가 아주 제대로 알려줄게.”
”하아. 또 이상한 소리 하네. 오늘 뭐 어디 가자고?”
”나만 믿어.”
오랜만에 정수와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든다.
’정수도 나도 어느새 20살이 되었구나.’
중학교 꼬맹이었던 우리는 어느새 성인이 돼버렸다. 난 정수가 좋았다. 오랜동안 연락도 잘 못하고 지냈는데 그래도 친구라고 챙겨주고. 솔직히 아까 얼굴 마주쳤을 때 조금만 툭 건드리면 눈물이 터질뻔했으니까.
”정수야.”
”왜?”
”고맙다고.”
”아 미쳤네. 꺼져.”
낯간지러운 얘기지만 표현해주고 싶었다.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자취방이 있는 동네에 도착했다. 집까지는 생각보다 한참을 걸어야 했다.
”야 겁나 멀다. 역에서 뭐 이리 멀어. 겨울에 죽겠는데?”
”말 시키지 마. 시차 적응도 안 돼서 졸려 죽겠는데.”
아빠가 구해놓은 집은 생각보다 더 후졌다. 대체 뭘 보고 고르신 걸까? 그래도 몇 달만 이 집에서 지내면 된다. 가족이 살던 집에 있던 세입자와의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야 여기야? 와 밤에 혼자 다니면 지리겠다. 왜 이렇게 주변이 음침하냐.”
”하.. 아빠가 분명 집 좋을 거라고 했는데 이런.”
”그래도 지낼 곳 있는 게 어디냐. 난 언제 자취해 보지..”
”자주 놀러 와.”
”당연하지 인마!. 근데 열쇠 있어? 요즘도 열쇠로 여는 집이 있다니.”
”없지.”
”아 진짜! 뭐 하는 거야 이 캐나다 촌놈아.”
”정신이 없으니까 그렇지. 야 전화 좀.”
”전화기 개통도 해야 되지 아오 진짜. 너 나 없었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니까 좀 빌려줘. 고마워. 내가 저녁 쏠게.”
”됐거든? 오랜만에 한국 왔는데 오늘은 이 형님이 산다.”
전화기를 받고 아빠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대박부동산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키를 받아야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주소를 알려드리고 이런저런 말을 덧붙여 설명했다.
”아아! 제가 한 30분 정도 걸릴 거 같은데 기다려 줄래요?”
”네에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뵐게요.”
”네.”
”정수야 30분 기다려야 된대.”
”그러니까 진작 좀 했어야지! 갈 데도 없구만. 뭐 기다려야지.”
툴툴대는 정수에게 괜히 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