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해? 악수하기 싫어?”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등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기분이다.
’최악이야.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무안하게 만들지 마라고!’
생각과 달리 소극적인 동작을 취하며 겨우 손을 들었다.
”나보다 더 내성적이구나? 악수 한 번이 뭐 어렵다고.”
덜덜 떠는 내 손을 소영이의 손이 다가와 잡는다.
’떨리는 감정은 들키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손을 잡은 이상 이미 말도 안 되게 빨리 뛰는 내 심장 소리까지 눈치챘을 거 같다. 그 와중에 소영이의 손이 참 따뜻하다.
”악수하자고 했는데 왜 이렇게 손을 만지작 거려?”
”앗!”
화들짝 놀라서 잡았던 손을 놔버렸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소영이를 쳐다봤는데 소영이도 얼굴이 조금 빨개져 있었다.
”소영아 미안. 내가 너무 긴장해서 그만.”
”야! 나도 그래. 아빠 빼고 남자 손 처음 잡아보는 건데.”
”사실 나도 그래.”
갑자기 아쉬움이 많이 밀려왔다.
’진작에 고백했으면 우린 어떻게 지냈을까?’
그래도 이민은 가야 했겠지만.
”이민 가서도 잘 지내고. 우린 이제 못 보겠지?”
소영이가 물어본다. 쿵쾅거리며 터질 것처럼 뛰던 심장이 조금 진정되기 시작한다.
”고마워. 먼저 인사해 줘서. 좀 더 빨리 말 꺼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아쉽긴 해?”
”그럼. 내가 좀 더 용감했다면 우리 친하게 지냈을 텐데. 이제야 알게 돼서 슬프네.”
”언제 떠나지?”
”2주 뒤에..”
”얼마 안 남았네. 그래도 좋겠다. 늦잠 자도 되고.”
”그러네. 하하. 근데 이상해. 학교 다닐 땐 그렇게 자고 싶었는데 지금은 학교 갈 시간 되면 눈이 떠지더라고.”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할 거야?”
”하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사실 영언데. 나 아직 5 형식도 잘 몰라.”
”가면 금방 늘지 않을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은 하는데. 가봐야 알 거 같아.”
”난 그래도 경남이 네가 좀 부러워. 나 외국 생활 해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놀러 와 하하.”
”어떻게 가냐? 암튼 잘 지내고. 나 학원 가야 해서 갈게. 안녕.”
지금 생각해도 그때 어떻게 그런 말을 꺼냈었을까 싶은 순간이었다.
”소영아.”
”왜?”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
”어?”
뻔뻔하게 안아보겠다고 말을 하고 소영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래..”
수줍게 말을 꺼낸 소영이가 내 품으로 다가왔다. 두 팔을 벌려 소영이를 안았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났을까. 영영 이 시간이 지속되길 바랐다.
”경남아.”
”으응?”
”나 안 놔주려고?”
”아니 그건 아닌데.”
갑자기 민망함이 밀려왔다. 그런 내 모습을 웃으며 쳐다본다.
”나 진짜 간다. 잘 지내.”
”잘가 소영아.”
차마 연락하자는 말을 전하지 못했다. 결국 아쉬움을 간직한 채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꿈만 같이 느껴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소영이랑 포옹을 하다니.’
어디서 생겨난 용기인지 모르겠는데 말 꺼내길 잘했다 싶다. 갑자기 캐나다로 이민 가는 게 너무 싫어진다. 어느새 2주일이 지나 공항에 도착했다. 아빠는 처리할 일이 있어 먼저 캐나다에 가 계신 상태. 짐도 미리 다 부쳤고 집은 아는 사람에게 세를 줬다고 한다.
”나중에 애들이나 우리가 다시 한국 올 지도 모르잖아요. 집은 팔지 말도록 해요.”
아빠는 엄마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어차피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숙소도 있고 원하면 다른 숙소 렌트비의 50%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수속을 마친 후 비행기에 앉았다.
’이제 곧 한국을 떠나는구나.’
문득 소영이가 생각났다. 그날 이후 가기 전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보러 갈 자신이 없었다. ’캐나다로 떠나는 마당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좀 더 용기를 냈어야 하는데 중학생이었던 난 그 정도가 한계였다. 아쉬움과 설렘을 가슴에 품은 채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린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라 긴장이 많이 된다.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비행기가 하늘로 조금씩 뜨는 게 느껴진다.
’안녕. 잘 있어 소영아.’
비행기는 점점 높게 떠오른다. 창 밖으로 내가 살던 대한민국의 풍경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