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산, 평화의 댐
서울 지역 벚꽃이 이번주가 절정이라고 한다.
위쪽인 경기/강원쪽은 1-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조금 더 늦게까지 볼 수 있다.
호명산(로코갤러리), 평화의 댐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드라이빙 성지 순례길이니 상세 루트는 검색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한참 드라이브를 많이 다니던 2014년 이맘 때 찍은 것들이다.
보통은 시커먼 남자들만. 새벽에 겨우 눈을 비비고 나온 아주 못봐줄 몰골로 길을 나서는데 이 날은 J군의 여자친구가 동행을 했다. 덕분에 이런 호사스런 도시락을 세상에. 전 날 미리 준비해뒀다고 한다.
아주 오래 전, 친구들과 한겨울 바다에 갔을 때의 일이 문득 떠오른다.
어머니 성화에 못이겨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장갑, 비상식량 등 각종 잔짐을 잔뜩 받아와 혼자 트렁크를 다 차지할 셈이냐며 원성을 산 친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사정상 아버지와 둘이 살던 다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아버지가 추울 때 마시래" 하며 속주머니에서 작은 술병(꼬냑이더라)을 꺼내 들어 보여줬고 모두가 환호했다.
아무튼.
저렇게 예쁘고 맛있는 도시락은 분명 어머니, 아버지도 아닌 여자친구의 영역이다.
다들 아는 그곳을 잠시 들러 커피 한잔. 맞은편의 저기가 우리쪽 취향엔 더 맞는편이다.
보통은 여기까지만 오기도 하고, 혹은 여기를 스킵하고 평화의 댐으로 바로 가기도 하고. 이 날처럼 둘 다를 가기도 한다.
도착하면 뭐가 있어서 가는 게 아니라 가는 길이 전부 우리의 도착지다.
다양한 차를 타던 친구들이었는데 어쩌다보니 BMW로 단일화가 되었다.
가다 보면 휴식을 할 수 있는 포인트가 곳곳에 있다.
이런 한적한 시골길에서나 해볼 수 있는 앵글.
앞에 있다 뒤에 있다 달려가는 순서는 수시로 바뀐다. 모두가 베테랑이라 순서는 크게 중요치 않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에.
4대 배기량 합이 13200cc
고유가 행진을 거듭하던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참 사치스러운 드라이브다.
요즘은 모여서 움직이기 흉흉한 분위기라 이런 낭만도 조심스럽다.
디저트까지 풀 코스 요리 도시락이었다. 평화의 댐에 도착해 디저트를 꺼내든다.
올해도 한 번 다녀와야겠지만,
2년 전 이날을 이겨낼 순간은 아무래도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