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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한강에서 10km를 달리던 날

#1

by 김현우

5km 달리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되는 무렵이었다.

어쩐지 오늘은 10km를 달려보고 싶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이유는 딱히 없었다.

내가 1시간 동안 거리를 달릴 수 있을까.

10km 정도면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딱 적당한 거리이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질문이 생겨 났기 때문이었다.

이후에 서술하겠지만 그 당시엔 거리만 생각하고,

내 몸의 컨디션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일이라는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규칙적으로 달리기 -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해 웬만한 스포츠는 취미 이상으로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 를 하게 될 줄은 도무지 상상도 안 갔다.


10km를 달리게 - 풀코스를 달리는 러너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 중이다 - 되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내 몸을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시간을 들여 10km라는 거리를 내 달리다 보면 몸도 반응을 하게 된다. 달리는 행위로 고통과 자극을 성실히 주입하다 보면, 몸 입장에서도 아. 이번에는 달리기인가?라고 하면서 처음에는 강도를 거부하다가도 결국에는 받아들이고 달리기에 빠진 나의 현실을 이해하게 된다. 그 결과로 아. 이제 10km쯤은 뭐 괜찮지. 라며 운동량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 몸이 달리기를 즐기게 된다.




첫 10km를 내달렸던 그날의 감동은 그 어떤 기록과도 견줄 수 없다.




본 궤도로 돌아가자.

2024년 9월이 되자 10km로 거리를 늘리고 싶었고, 어느날 아침 딱 한번 7.5km의 거리를 달려보았다. 달리면서 어라. 내가 5‘30 페이스로 7km를 넘게 뛸 수 있네.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일은 10km를 달릴 수 있을 거 같으니 바로 도전해 볼까.라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다음날이 기다려져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설레어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7시. 날이 밝자마자 옷을 챙겨 입고 뛰어 나갔다. 예상처럼 힘들이지 않고 10km를 달릴 수 있었다. 고작 50여분의 달리기를 통해 하루를 시작하면서 이토록 큰 성취감을 쉽게 얻게 되다니. 믿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어느덧 그 후로부터 밥먹듯이 오전 10km를 달리고 있지만, 누군가에 말마따나 달리기를 하게 되면 술을 끊는다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와인을 더 많이 마시고 있다. 잠자리에 들기전 와인 두 잔을 꼭 마시고 잔다. 마치 와인을 더 오래, 더 많이 마시고 싶어서 달리는 시람처럼 말이다.





달리는 도중 만난 한강 윤슬. 달리기를 하며 사진을 찍는 재미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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