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수련과 신체수련,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듯
요 몇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축 쳐져 무기력한 심신을 수련하기 위해 가지말라는 딸의 애교를 뒤로하고 요가복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요가원에 들어가서 출석부를 작성할 때, 남편의 이름과 나의 이름을 나란히 적을 때, 나는 오늘도 요가를 다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격렬한 전력질주 같은 아쉬탕가 수업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고, 거친 호흡으로 수업을 마무리하고 나면, 전투에서 살아돌아온 것 마냥 스스로가 더없이 대견하다. 수업 중 흘린 땀이 헛된것이 아니라는 듯, 온 몸은 간질간질, 온 뼈는 바들바들하다. 평소에는 선생님이 리드해주는 구호 하나하나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져, 선생님이 날 진짜 죽이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협감 마저 들었는데, 어제는 '짜투랑~가' 하는 구령이 이 모든 동작들을 잘 이어나가게 도와주는 원동력이자 토닥임같은 느낌도 받았다.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께 왜 수업이 점점 하드해지나요. 내가 갱신해야할 것은 리즈인데, 왜 자꾸 힘듬만 갱신되는건가요. 물어보니 그건 정말 좋은 신호라 하신다. 이제야 몸을 쓰는 방법을 깨달아가는 것이라고. 지금까지는 그냥 대충한거라고. 아니에요, 대충하지 않았어요. 그냥 동작이 안된것 뿐이에요. 다만, 지금은 조금씩 되는 동작들, 가동범위가 점점 늘어가는 것에 몰래 뿌듯하다는 것은 나만 아는 사실.
소위 말하는 '숙련자'분들은 모든 동작을 편하게 하는 것 같아서 솔직히 나랑은 다른 세계사람 같이 느껴진다. (=별 감흥없음) 그런데 내 옆에서 낑낑 헉헉 퍽~ 하면서 자신의 몸뚱아리와 고군분투하는 남편을 보면, 내가 너무 엄살 떠는 어린아이같이 느껴진다. 반성하게 된다. 반면 내가 낑낑댈 때는 신랑이 옆에서 새삼 놀라는 표정으로 킥킥하며 바라본다. 나는 내가 구현하려는 기이한 자세가 부끄러워 킥킥대지말라고 핀잔을 줄 때도 있다.
요가는 숙련이나 미숙련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얼마나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그것이 곧 내가 만물을 대하는 태도이고,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자세라면 나는 조금 더 세상을 또렷하고 정성스레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