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 NO! 그 때만 먹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맛
내가 이 브런치 북을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두 녀석들 때문이었다. 빠빠오, 그리고 대롱대롱. 평소에도 나는 배우자에게 “빠빠오 먹고 싶다, 빠빠오.” 하고 외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리글님의 글 아래 내가 남긴 댓글에서 다른 분들이 빠빠오와 대롱대롱을 잘 모르는 듯한 기운을 느껴버린 것.
이 녀석들을 모르시다니!!!
알려드려야겠다.
이상하게 마음 한켠에서
(아주 사소한) 묘한 사명감이 피어올랐다.
빠빠오는 그때 한 개에 100원이었던가? 50원이었던가? 그랬다. 가난했던 나에게 빠빠오는 여름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게 해주는, 작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빠빠오에는 얼린 것과 안 얼린 것이 있었고, 얼린 것은 50원쯤 더 비싸게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아마 냉동고 전기값이었겠지 싶기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미리 사두고 집에서 얼려 먹으면 한개 가격에 두개를 먹을 수 있건만, 친구들이 먹을 때 함께 빠빠오를 먹고 싶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절묘하게 간파한 사장님의 번득이는 마케팅 기술이라 적고 상술이라 말하고 싶다.
친구들이 우르르 아이스크림 통을 열 때 집에 어느 세월에 뛰쳐들어갔다가 올 것이며. 그 아이스크림 통에서 갓 꺼낸 차갑디 차가운 벽돌보다 더 딱딱한 빠빠오를 함께 집어드는 기쁨을 그 순간에 무엇에 비교하리. 그 자리에서 같은 행동을 하고 선택하고 같이 먹는다는 그 소속감이 컸다.
주황색 플라스틱 통에 담긴 빠빠오.
친구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저 얇은 막을 벗겨내면 주황빛 얼음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얼음 덩어리가 혀에 달라 붙을까 고양이가 물을 핥듯 할짝이며 핥아댔고 햇빛에 살짝 녹아 혀에 맞 닿는 그 오묘한 오렌지빛 맛과 동시에 느껴지는 시원함. 아이들은 서로 마주보며 웃어댔다.
핥짝이며 먹는 것이 성에 차지 않을 때 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얇디 얇은 빠빠오의 플라스틱의 아랫부분을 움켜쥐었다. 쥐면 쥐는대로 구깃구깃해지는 플라스틱 통 안에서 얼마나 얼려졌을 지 모를 주황빛 얼음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내며 튀어나왔다.
그 모습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듯
치아로 빠빠오를 갉아먹었다.
갉갉갉.
그러다 쥐는 힘 조절을 잘 못할 때면, 푸욱- 하고 주황빛 얼음덩어리가 낙하하듯 바닥으로 추락했다. 우리는 모두 아. 하며 시멘트 바닥에 처박혀 형체를 잃은 빠빠오에게 아니, 친구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내곤 했지만 가끔 몇 몇 친구들은 재빨리 빠빠오를 집어 들고 공용 수돗가에서 겉면을 씻어 아무렇지 않게 용기에 집어 넣고 다시 먹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던 나날들.
어쩌면 지금 보다 훨신 자신을 잘 드러내며 살 수 있었던 시간들.
지금의 엄마들은 이 빠빠오를 미세플라스틱을 운운하며 먹지 못하게 할 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글을 쓰며 문득 들었다. 그때는 그런 자각이 없었기도 했고, 빠빠오를 사면 절구와 짝꿍인 방아 모양을 찌그러트려 놓은 듯한 나무 숟가락을 하나씩 제공받을 수 있었다.
그 나무 숟가락 자체가.. 국산인지, 중국 더러운 공장에서 만들어젔을 지도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지는 해를 닮은 주황빛 얇은 플라스틱을 손에 쥐고 조금 녹은 얼음 덩어리를 그 나무 숟가락으로 파팟-. 마치 땅굴을 파는 땃쥐 처럼 파내려갔다.
몇번 파내려가다 보면 내구성이 이미 제로인 상태로 제공했던 나무 숟가락이 반으로 갈라져 갈라진 나무 숟가락 사이로 자주 혀가 찝히거나 베이곤 했다. 그것도 재미있다는 듯 우리는 깔깔 거리며 동네가 떠나가라 웃었다. 그 나무 숟가락이 제 쓸모를 정말로 다 하지 못할 때 쯤 눅진하게 녹은 빠빠오 진액을 먹었다.
그 미묘하게 달큰하고 시원한 맛.
문득 이 맛을 무엇으로 비교해 주지? 고민하던 찰나
'임신 당뇨' 검사 할 때 먹었던 오렌지 시약 맛 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을까. 임신 당뇨 검사 할 때 맛이 꽤 괜찮았었는데 하며 쩝쩝. 거렸던 기억이 떠 올랐다. 이 글을 적고 있자니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그 시절 세상을 다 가진 듯 웃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 오른다. 그 때 그 동네 골목을 휩쓸고 다니던 그 친구들은 그 시간들이 생각 날까.
자매품은 아니지만, 빠빠오와 단짝 처럼 생각나는 데롱데롱. 부모님에게서 용돈을 조금 더 받을 때면 대롱대롱을 사 먹었다. 빠빠오가 하삼동이라면 대롱대롱은 텐퍼센트 같은 느낌이랄까 ㅋㅋㅋㅋ 대롱대롱도 마찬가지로 빠빠오를 사면 주던 던 나무 숟가락을 줬지만 좀 더 샤베트 같은 질감이라 물을 덜 흡수 해서 그런가 나무 젓가락 반으로 쪼개지는 불상사는 잘 일어나지 않았다.
빠빠오는 땃쥐가 언 한 겨울 땅을 파는 기분이라면 대롱대롱은 봄 비가 내려 퍼석한 땅이 물기를 머금고 촉촉해 씨앗을 심기 좋은 땅의 질감이랄까. 샤륵샤륵 입에서 녹아 내리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지금도 써리원(M 인증...)에서 레인보우 샤베트가 좋은 건 지도.
100원 짜리 200원 짜리
아이스크림에 그저 행복했던 나날들.
행복이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였는데
나이를 먹으니 자꾸만
행복을 거창하게 생각하게 한다.
https://youtu.be/BetPJrH-Vqo?si=d4I3Cmsm4mehVtHM
여기서 한번 뱉아보는. 아니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