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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권하는 냐옹이 Mar 02. 2023

효율성과 인간성 사이

키오스크 주문의 시대 속에서

아내님과 모처럼 평일 동시 연차를 내고 머리를 비우는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바닥과 하루 종일 붙어있을 수는 없는 법.


“브런치 먹으러 갈까?”


우리는 합정을 좋아한다. 한 정거장 너머 홍대처럼 지나치게 번잡하지 않으면서 있을만한 건 다 있는 동네. 인테리어도 괜찮고 지도 어플 평점도 괜찮은 곳을 찾아 집을 나섰다.



역시나 매장은 인테리어에 힘 꽤나 쓴 모습이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약간 피해 도착하니 손님도 몇 팀 없어 여유롭다. 자리 안내를 받고 앉으니 요즘 많은 식당에서 볼 수 있는 테이블 위 태블릿 주문 방식이다. 이제는 로봇이 서빙하는 식당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시대, 그래도 아직은 이런 시대 변화와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세대란 게 참 다행스럽다.


둘이 함께 갔던 여행을 떠올리며 에그 베네딕트와 슈니첼을 주문했다. 에그 베니틱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먹었던 기억이 너무도 좋아, 여전히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 중 우리에겐 탑인 음식이다. 슈니첼은 솔직히 우리나라 돈가스만 못하지만(ㅎㅎ) 오스트리아 여행을 추억을 떠올릴 겸 선택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고 주문한 두 가지 메뉴 다 음식 가격만큼의 가치는 충분했다. 먹는도중 우리에겐 냅킨이 더 필요했고,  태블릿 메뉴에 있는 <직원 호출>을 누르면 호출벨이 딩동~하듯 서빙 담당 직원이 올 거라 생각했다. 허나 이어지는 화면은 새로운 옵션 선택. 포크, 냅킨.. 그리고 두 가지가 더 있었는데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냅킨 선택 후 호출을 하니 곧 직원이 우리 테이블로 냅킨을 가져다준다.


“오호호.. 예상 밖의 호출 메뉴였어.”


한편으론 상당히 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르고 요청하고 갖다 주면 직원 입장에선 두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필요한 품목을 전송하는 방식이니 서빙의 효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 좋지 않은가 싶다. 해외 레스토랑에서 흔히 경험하게 되는 구역별 서빙 담당과 소통하고 눈을 마주치면서 무언가를 요청하고 뻔한 질문과 답변이지만 음식 맛에 대한 짧은 대화까지. 물론 팁을 줘야 하지만, 정말 팁이 아깝지 않은 경험도 하게 된다.


“이렇게 넓은 매장인데 서빙 직원이 적으니 어쩔 수 없지. 인건비도 고려해야 하고. 또 이런 하이테크가 우리나라의 엣지 아니겠어?”




메가시티 서울에 산다는 건 사람에 치이는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 출퇴근 지하철을 늘 경험하는 직장인에게 찬사를. 아무튼 사람에 치이는 생활 속에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환경이 절실하기도 하지만 소통을 매개로 하는 영역은 효율성도 좋지만 인간성을 느낄 수 있게 유지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빵지순례자에겐 잘 알려진 <폴앤폴리나>라는 빵집이 있다. 진열된 빵 중 구매하려는 빵을 말하면 늘 정갈하게 하얀색 면티를 입고 있는 직원이 천천히 정성스럽게 빵을 포장해 주는 곳이다. 얼마 전 광화문에서 퇴근할 일이 생긴 김에 근처에 있는 폴앤폴리나 광화문점을 갔는데, 어라? 무인매장으로 바뀌어있었다. 무인매장에서 구매하는 건 어렵지 않으나, 그간 폴앤폴리나에서 느끼던 기분이 확 사라진 게 못내 아쉬웠다. 다행히 여의도점은 여전히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솔직히 기술 덕분에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고 있는가. 그럼에도 때로는 번거롭고 소통에 오류가 생기더라도, 손가락으로 소통하는 대신 말 그 자체로 소통하고 싶다. 우리는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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