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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권하는 냐옹이 Mar 06. 2023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뻔뻔함으로 가득한 미친 존재감

퇴근길(물론 출근길도) 2호선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나를 강하게 한다. 높은 인구밀도를 견뎌내고 드디어 집 도착. 현관을 열었는데 어스름한 불빛과 함께 소리가 난다.


아내님은 오늘 늦는다고 했는데... 뭔가 느낌이 온다!


테이블 위 책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TV가 켜져 있다. 이 놈의 고양이. 이제 하다 하다 TV까지 켜는구나.




고양이 집사가 된 건 2014년이다. 어떤 분이 돌봐주던 길고양이가 임신을 하고 새끼고양이를 낳자 새끼고양이를 돌봐줄 분을 구하는 글을 올렸고, 때마침 고양이 집사가 되기로 결심한 우리에게 운명처럼 코리안숏헤어 치즈냥이가 나타났다.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된 작은 생명에게 새로운 공간과 낯선 우리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틀을 빽빽거리면서 울더니 삼일째가 되자 낚싯대 장난감에 반응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진정 가족이 되었다.


TV까지 켠 당돌한 고양이는 집사가 오자 마음이 편해졌는지 다가와서 머리를 비빈다. 밥그릇을 채워주자 와그작와그작 밥을 먹는다. 그리곤 이내 좋아하는 스팟에 가서 자세를 잡더니 잠이 든다.

팔자가 참 좋구나. 이렇게나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삶을 살면서 집사의 보호와 보좌를 받으며 사는 존재여.


이제 어느덧 10년째 고양이와 함께 하고 있다. 이제 울음소리의 뉘앙스로 뭘 해달라는 건지 대략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때로 자신이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인 듯, 이런 뻔뻔함이 고양이의 매력이다. 




가족은 소중하다. 그런데 가족 중에서도 내 의지에 의해 형성된 가족이 더 소중하다. 이 작고 보들보들한 존재가 참으로 소중한 이유다. 유리구슬처럼 맑은 고양이의 눈을 보고 있으면 힐링되는 느낌을 세상의 모든 집사는 잘 알 것이다.


고양이를 키우기로 마음먹기 전 읽은 책이 도서관 고양이의 이야기를 다룬 <듀이>란 책이다. 그래서 우리 첫째 고양이 이름도 듀이가 되었다. 이제 듀이도 나이가 들어 노령묘 사료를 먹는다. 하지만 애기고양이 때의 습성이 여전해서 잘 뛰어다니고 노는 걸 참 좋아한다. 


가끔 TV 켜도 괜찮으니까 건강하게만 살아다오. 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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