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가 없는 전문가들에 대하여
키보드 제갈공명들
나조차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창업인데 창업멘토가 되어달라는 기관들의 너무나도 현명한 제안에 기가 찬다. 나는 적어도 아직은 그럴 자격이 없다.
창업해 본 적 없는 창업멘토가, 해본 적 없는 사업의 심사위원이 되어, 현업에서 뛰는 CEO에게 감놔라 배놔라 하며 점수를 매기는 아주 멋진 광경을 여전히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멘토를 자처하거나 실체없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말만 번지르르 늘어놓는 이들을 믿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머지않아 키보드 제갈공명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방구석 여포라는 말과 톤이 비슷한데, 청산유수로 잘 떠들지만 막상 필드로 나가면 듣던 것 보다 훨씬 부족한 경우를 일컫겠지.
뭐, 말을 잘 하거나 포장을 하는 것은 당연히 엄청난 능력이다. 다만 말'만' 잘 한다거나 포장'만' 잘하는 경우는 좀 다르다. 말만 잘 하면 얼마 전 서울시장에 낙선한 모씨 처럼 허무맹랑한 주제로 강연업을 하면 될 일이고, 포장만 잘 하면 MD관련 직군에나 갈 일인데, 실무 전문가라고 하는건 부끄럽지 않은지 궁금하다.
실무야 말로 실력이며, 실력을 이루는 구성요소는 어마무시하게 많다.
1. 실력은 경험'도' 필요한 것이지 경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망해본 경험은 성장에 큰 원동력이지만 복기하고 반성하고 바뀌지 않는다면 그 실패 그 자체로 끝이다.
2. 실력은 그 분야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정점에 준해야만 비로소 나오는 인사이트에서 겨우 '출발'한다. 그게 고작 시작일 뿐이다.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건 당연히 다르지만 5등급이 1등급을 만드는 방법을 알까?
3. 실력을 얻으려면 긴 단련의 시간은 당연하고 실전감각도 필요하다. 10년을 공부해도 한 달만 방구석에 박혀있으면 감 잃는다. (물론 그 정도 내공이면 감이야 금방 복구하겠지만)
4. 아는 것 다르고 가르치는 것 다르고 체계화 하는 것도 다르다. 체계화는 창조에 준하며, 창조해 낼 수 없으면 진짜 실력이 아니다.
그러니 그냥 마냥 오래했다고 잘 하게 되는게 아니며 경험치만으로는 절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전문가라고 나불대려면 최소한 편할 생각은 하면 안 된다. 계속 담궈질 각오 정도는 해야지. 최선만 있을 뿐 최고는 없다는 거 정도는 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