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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선 Jun 13. 2024

일상의 관성에서 벗어나니 내가 보인다

 2024 안골마을학교 여름여행_Day1 @ Thailand

올해 2월부터 교사로 일하고 안골마을학교는 중고등 학생들이 1년에 한번씩 해외여행을 간다. 욜 여름학기는 태국에서 두달을 보낸다. 전반 6주는 시사아속이라는 불교공동체에서 보내고 후반 2주는 후아힌이라는 곳에서 보낸다. 오늘 8주 긴 여정의 첫날이다. 


공동체에서 초등아이들의 환송을 받고, 공동체 카톡방에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수없이 받고 출발했다. 두달 동안 집을 떠나있는다니 설레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이제부터 여행 리더는 환희입니다' 

도봉산역에 게이트로 들어와 모였고 동료교사 설이 이야기했다. 

'이제부터 여행의 리더는 환희입니다. 나도 진선이모도 여행 멤버 중 한 사람이다. 여행에 있어 중요한 결정은 환희가 멤버들이랑 하고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만 내가 개입하겠습니다. ' 

안골마을학교에서 중고등 여행은 아이들 주도로 이루어진다. 경비도 알바를 통해 모은 공동통장에서 쓴다. 여행에서도 교사는 거들 뿐 리더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주체가 된다. 리더는 멤버들의 의견을 수렴해 좋은 여행을 만들기 위한 결정을 그때그때 해야한다. 환희는 아직은 상황을 판단해서 뭔가를 결정하는게 쉽지 않아보이지만 이런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훌쩍 성장하겠구나 싶다. 


여행은 내 꼴을 확인하는 시간

무시히 방콕 수완나폼공항에 도착했다. 정민이가 예약한 밴이 두대 왔다. 밴을 타는 과정에서 나에게 남는 사건이 하나 있다. 내가 비로소 일상에서 벗어났구나를 느꼈다. 

블루망고 투어를 통해 예약한 밴이 있는 곳으로 갔다. 공항 주변이 늘 그렇듯 택시와 콜밴 등 도로에 서서 승객을 태우는 차가 많았다. 우리 차도 그러했다. 그런데 나와 한비가 캐리어카트를 끌고 있었다. 끌고 밴까지 갔는데 마음이 급해서 가방을 도로 한가운데 내려놓고 카트를 가져다두러 갔다. 카트가 모아진 곳 주변에 카트를 두고 돌아오는데 한비도 나를 따라 그렇게 했다. 청소하고 있던 직원이 그렇게 두면 안된다는 식으로 우리를 향해 이야기했다. 나는 속으로 도로 한가운데 캐리어도 놓았지, 밴도 계속 서 있지 얼른 타야할 것 같았다.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직원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카트를 모아서 정리하는데 가까이 가져다놨으면 됐지 왜 더 제대로 정리하라고 하는거지 하는 생각에 들었다. 우리를 향해 뭐라뭐라 말하는 직원을 뒤로 하고 서둘러 밴을 탔다. 그렇게 밴을 타고 영 뒷맛이 안좋아서 돌이켜보았다. 

차들이 복잡하고 밴이 꽤 오래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도로 한가운데 가방을 내려놓아서 차들을 막고 있다는 생각, 카트는 주변에만 갖다놓으면 직원이 정리하는 것이 의례 그런 것이다라는 내 생각들이 작용했던 것 같다. 다시 그런 상황이라면 가방을 차에 실어놓고 카트를 가져다놓겠다고 말을 하고 카트를 가져다놨을 것 같다. 나를 따라하던 한비에게도 민망했다. 일을 정확히 정리하고 돌아왔어야되는데 휘리릭 두고 한비도 그렇게 하겠지 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것 같다.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다. 


그 일을 곱씹으며 아 일상의 패턴에 벗어나니, 새로운 환경에서 나의 어떤 모습이 나오는구나 싶다. 나는 어떤 면에서 성격이 느긋한데,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빨리빨리 처리' 하는 태도가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정신줄을 잡지 못하고 휘리릭 휘리릭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럴 때 실수가 나오기 쉽다. 

돌아보면 아까 밴을 탈때 왜 그렇게 급했는지 모르겠다. 나를 안태우고 갈 리가 없는데 말이다. 


두달의 시간동안 어떤 나를 발견할지... 드러나는 걸 잘 관찰해봐야겠다. 

24시간을 내내 함께 한다. 함께 먹고 자고 싸고 대화하고 이동하고 등등. 어떤 시간들이 될지 기대가 된다. 

 

나서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 역할을 하기 

교사가 아니라 여행 멤버의 하나가 되었다. 교사로서 나서지 않으면서도 여행 멤버 중 하나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나의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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