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돌이 되는 아기와 함께 발리에 왔습니다. 비행기가 떠나가라 울어 의도치 않게 비행기 스타가 되기도 하고, 아기를 안고 걷다가 부서진 보도블록에 넘어져 크게 다칠뻔하기도 했습니다. 오토바이가 달려오는 순간순간마다 '왜 발리까지 오겠다고 한 거지?'라는 생각이 밀려오다가도, 취향을 더욱 견고히 하는 잊지 못할 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20대 초반에는 취향이 있는 삶을 동경했습니다. 무엇을 좋아하세요?라는 물음에 딱히 대답할 것이 없는 삶이 촌스럽다 생각했습니다. 인디음악과 뚱빠(뚱뚱한 바나나우유)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온전한 내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보편적인 취향이라 생각해서요. 하지만 많은 여행을 떠나고, 낯선 환경에 나를 던지며 취향을 발견하며 취향을 아는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취향은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조금 더 가까이 데려다주고 있습니다.
늘 요가 초보자의 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요가는 저를 설레게 하는 취향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발리에서 전 세계 요기니들과 함께 두 번의 수련을 했습니다.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고 아이를 키우느냐 늘 바쁘고 긴장된 삶에서 잠시 벗어났습니다. 독박 육아를 자처한 남편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는 행복이었죠.
저는 늘 '무언가 해야 하는 사람', '성장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소리를 들으며 이대로 잠시 멈춰있는 것도 좋겠단 생각을 합니다. 지난 일 년간의 육아휴직이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멈춰있었던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나의 에너지를 채우고, 더 밝은 에너지의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었던 시간임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취향을 아는 삶은 사막이 아닌 바구니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행복을 더 빨리 발견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아는 삶이니까요.
그리고 수영이, 커피와 맥주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저의 취향입니다. 가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맥주와 수영장이 늘 함께하는 동남아는 제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하는 동남아 여행은 휴육아 일지라도 무척 행복합니다.
잘 차려입고 맛집에서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기는 한국인 관광객을 보며 부럽단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아기띠를 매고, 한국보다 더 편안한 옷차림과 모양새로 발리를 누벼도 행복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나의 취향이 가득한 발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