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 Nov 19. 2019

아이의 눈에서 사라지는 연습

시간이 갈수록 어려운 아침 빠빠


임신 중에는 야근까지 하면서 일 욕심을 다 챙겼고, 아이를 낳고도 회사의 라이프를 그리워하며 하루빨리 복직을 기다렸던 엄마. 어쩌면 온갖 미디어에서 깎아내리기 바쁜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의 표본이었다.


너무나도 서투른 엄마였지만 아이는 다행히 무럭무럭 자랐고, 하루가 다르게 크더니 이제는 사람다워지기 시작했다. 소리를 꽥꽥 지르며 즐거움을 표현하고, 가끔은 장난감을 집어던지며 마음에 들지 않음을 전달한다. 이제와 서야 엄마의 품에 익숙해졌는지 하루 종일 안아달라고 성화다.


복직을 하니 아침 출근길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아이가 깰까 봐 조심조심 빠르게 씻고, 아이의 아침 국을 끓이고, 아이가 일어나면 서둘러 아침을 먹이고 옷을 입힌다. 모든 세팅을 마치고 나도 출근을 하러 겉옷을 입는 순간 아이의 눈망울이 촉촉해진다. 어느 날은 이런 인생을 받아들인다는 체념의 표정, 오늘 같은 날은 엄마의 다리에 한 없이 매달린다. 나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이를 떼어놓고 나오는 출근길 마음이 무너진다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몇 번 울었냐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면 시작부터, 아이는 아프다고 울고 엄마는 맘 놓고 안아줄 여유가 없이 할 일넘쳐나는 일상을 화면으로 보기 시작할 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김지영과 같은 나의 일상이 가여워서, 버거워서, 힘들어서. 하지만 지영이가 유일하게 환하게 웃음을 보이던, 김지영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 그 순간을 나 역시 절대 놓을 수 없다. 그래서 줄타기인 나날이 반복되더라도, 마음이 무너져도 일터에 나간다.


돌이켜보니 늘 불안하기만 했던 육아휴직도 나에게 분명 득이 되는 시간이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있었던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내가 일터에 나가서 일하기 위해 아이의, 남편의, 우리 엄마의 희생이 함께하기에 일터에서의 순간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마음. 그리고 일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 육아휴직이 내게 준 값진 선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간절함이 나에게 좋은 기회들을 가져다주었다.


아이의 눈에서 사라지는 연습은 참 어렵다. 하지만 그 연습을 해내고, 아이가 나의 뒷모습이 아닌 세상을 보는 나이가 되면 지금의 시간을 분명 잘 견뎌냈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출근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반짝이는 도시에 없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