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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가 Aug 16. 2019

8월 2주 베스트셀러 2종 뜯어보기

『90년생이 온다』, 『지구에서 한아뿐』의 톤 앤 매너를 살펴보자

1.『90년생이 온다』

 임홍택 / 웨일북 / 경제경영 / 2018년 11월 16일 / 14,000원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 90년생을 수식하는 말
표1


90년생을 ‘간단함’, ‘병맛(재미 추구)’, ‘솔직함’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는 말을 통해 90년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책의 내용을 암시한다. 7명의 사람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는 ‘90년생들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무겁지 않게 보여 준다. 기업 경영진이나 자영업 사장들로 추측되는 타깃 독자 외에 젊은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귀염뽀짝한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제대로 관찰하라”
“언어생활부터 소비성향, 가치관까지 세상을 주도하는 90년대생을 파헤치다”
표4


표 4에는 추천사 대신 90년생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적었다. 90년대생은 '9급 공무권 세대'이기도 하고, 시장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이기도 하다. 그들은 기성세대는 알아먹기 어려운 줄임말을 만들어 사용하며, 이해할 수 없는 유머 코드를 가졌다. 또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 기업과 제품 및 서비스를 바라보는 눈 또한 날카롭다. 그러니까 이 책의 타깃 독자(로 예상되는) 기성세대(아마도 386세대)는 이러한 90년대생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할 수도 있다.('요즘 것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 이런 세대 변화는 오래전부터 계속 있어 왔다. 당장 유튜브에 '90s 패션', 'X 세대 패션'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 보아도 미디어는 그들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사상이 어떻든 겉모습으로 보이는 '다름'에 민감하다. 그러니까 표 4는 그러한 겉모습에 대한 판단이 주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추천사 대신 저 문단을 집어넣은 것이 이해가 됐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선물로 화제가 된 현시점에서 더 이상의 홍보가 필요한 것 같지도 않다. (처음부터 알고 그러진 않았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한 책
(좌)기존 띠지, (우)현재 띠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책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 다시 베스트셀러 구간으로 급상승한 책이다. 띠지 문구는 홍보를 위해 활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출판사에서도 이 이슈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띠지를 출력했다. 출판계 인사들, 정말 발 빠르다. (박수)



뼛속까지 들여다보이는 목차의 힘
(추천의 말-들어가는 말-1부-2부-3부-맺는 말-참고한 책)의 순서로, 목차는 총 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로 왜 4페이지나 쓴 걸까 의아했는데 뜯어보고 나니 이해가 됐다. 부의 큰 제목으로 큼지막한 주제를 내세우고, 숫자를 달아 중간 제목을 쪼개고, 그 중간 제목마다 더 세세한 키워드를 나열해 놓았다. 그래서 목차를 쭉 훑고 나면 책을 완독하지 않아도 독자가 궁금한 키워드를 먼저 볼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하는 타깃 독자를 고려한 UI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목차가 중요했고, 그래서 4페이지나 할애한 것이다.




2.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 난다 / 한국소설 / 2019년 7월 31일 / 13,000원


2012년 6월 18일에 ‘네오픽션’에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이다. 올해 7월 31일에 문학동네 브랜드 ‘난다’에서 재출간되었다. 아마 정세랑 작가의 인기에 힘입은 결과가 아니었을까. 『옥상에서 만나요』, 『피프티 피플』으로 문학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편집자 K 유튜브 채널에 출현해서 『지구에서 한아뿐』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https://youtu.be/dnnrNIyXliQ)

출처-편집자K 유튜브

개정판은 이전보다 판형이 조금 작아졌고 가격은 2000원이 더 올랐다. 사실 바뀐 건 판형만이 아니고 표지 느낌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저자의 력도 더 화려해졌을 것이다.)

(좌) 개정 전 표1, (우) 개정 후 표1
(좌) 개정 전 표4, (우) 개정 후 표4
전반적인 콘셉트의 변화
개정 전 표 4 카피
     “내 남자친구가 이상하다!”
개정 후 표 4 카피
     “ 보고 싶어, 망할, 외계인이 보고 싶었다. 익숙해져버렸다. 매일 함께 보내는 데 길들여져버렸다.”


전반적으로 콘셉트가 더 감성적이고 차분해진 느낌이다. 유튜버 <겨울서점>의 김겨울 님이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 흘리는 브이로그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감동 코드가 있는 소설인 게 맞나 보다. 개정 전에는 이런 감동코드보다는 ‘외계인이 된 남자친구’라는 독특하고 엽기적인 콘셉트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은데 개정판은 작정하고 감동, 감성 코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띠지 문구까지 세상 아련하다.


목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치며


얄팍하게나마 배운 대로 책의 차례와 톤 앤 매너를 요목조목 뜯어보는 활동을 해 보았다. 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해 보고 싶었는데 시간상 아쉽게도 이번 주는 두 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겠다. (주륵) 부족한 점이 많아서 앞으로 분석을 어떻게 더 보완해 나가야 할지도 고민이다. 여태까지 해 왔던 베스트셀러 분석 활동보다 훨씬 디테일해졌기 때문에 신경 쓸 부분이 더 늘어났다. 힘들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알라딘 미리 보기 서비스에서 가져왔습니다.

『90년생이 온다』의 개정 전 띠지 이미지는 과거 보도자료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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