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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Dec 31. 2023

결심을 굳히는, 서른 넷 회고

방황의 끝. 10년을 걸어 갈 나의 길 위에 서다.

결심, 10년은 계속 걸어갈 나의 길 위에 선 시기

늘 보이던 계양산이 안개 속으로 숨어버렸다.

새해를 2일 앞두고, 계양산이 있는 본가로 찾아왔다. 대설주의보 발효. 내가 자라온 동네가 설국이 되었다. 매년 마지막으로 하는 회고는 마치 나에게는 제례처럼 꼭 해오던 것이다.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내가 나를 나로 인지하기 시작한 고향에서 지나간 시간을 회고해본다.


격변이 있던 결정의 시기, 서른 두살결정 그 이후, 서른 셋을 지나 올해는 뿌리를 박고 내가 결정한 길에서 깊이와 밀도를 추구해야하는 해였다. 이제 어떠한 기준으로도 나는 루키가 아니었고 어느덧 경력적으로도 시니어의 기대치를 요구받는 시점이었다. 시장을 대표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일에서도 일상에서도 더 자리잡힌 사람이 되고 싶었다. 10년은 걸어갈 변하지 않을 길에서 제대로 걷고 싶었다.


올해를 지나는 동안 15년간 함께한 나의 벗 문돌이가 알려준 작년의 배움을 새기고자 했다. 


‘꿈’과 ‘인연’을 소중히
생은 소중하고, 청춘은 단 한 번 뿐이기에.

이 문장을 잊지 않으려 했다. 그리하여 결심을 굳혔던, 올해 회고 스타트!


일에서 나는 : 증명했고, 더 증명하고 싶어졌다.

한국 IT 사업개발 모임 bizdevKR의 연말행사, 대단히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 회사 : 팀을 위해 필요한 어렵고 힘든 과제들을 대부분 잘 '해냈다'

스타트업은 늘 그렇지만 우리 회사는 업무 변동성이 정말이지 높은 곳이다. 더욱이 올해는 10년 만에 찾아온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우리는 생존이 아니라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 사업개발 팀도 불가능해보이는 과제들을 해내야만 했다.


짤막하게만 짚고 넢어가면 다음과 같다.

·  A. 사실상 유선 전화의 무선화를 구현하는 AI 인터넷 전화 Meet : 사업 PM

·  B. 새롭게 PR 팀을 구축하는 것 : 상반기 임시로 Head of PR을 맡게 됨

·  C. 채널톡과 어플리케이션을 연결하는 Function Call project : PM, 적어도 24년 2Q까지

SKB, KT, LG U+ 로부터 통신인프라 계약도 맺었다.


채널톡 앱 안에 AI를 품은 인터넷 전화 meet의 성공적인 론칭은 지난 3년간 커리어 중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싶다. 규제, 사업, 기술 영역에서 높은 이해도가 필요했고,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의 구현을 위해서라면 정말 누구든지 만났다. 고객보다 고객을 더 잘아는 ‘고객 가시성’의 중요함을 진심으로 배웠다. 


우리 회사는 B2B지만, 오가닉 성장(자연 유입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고객 획득)이 중요한 곳이다. 올 1분기 대표님이 나의 에디터 역량을 주목해주셔서 초반 6개월간 PR 업무에 소방수로 투입되었고, 콘텐츠 팀이 구성될 동안 큰 실점없이 업무를 잘 마쳤다. 다행히 지금은 체계가 잡혀서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다.


이번에 새로 맡은 function-call 프로젝트도 내년 팀 성장에 너무나 중요한 프로젝트다. 감사하게도 팀에 꼭 필요한 일인데 적임자가 없을 때 일단 맡길만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듯 하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 있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 최고의 시니어인 동규님과도 함께 하게 되어 일과 삶의 태도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 외부 활동 : 우리 씬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국 IT 사업개발 모임 bizdevKR의 구성원들

22년 4분기 한국 최고의 IT 사업개발들을 찾아가 bizdevKR이라는 모임을 제안했다. 그리고 올해는 그 활동이 빛을 발하고 있다. 성장하는 사업개발의 know-how는 보다 쉽게, 널리 알려져야만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개발 직무를 더 쉽게 시작하고, 더 잘할 수 있어야만 한다.


나의 시행착오와 이로 인한 작은 깨달음은 온전히 나만의 것은 아니어야 한다. 우리 씬의 성장을 위해 나누어야만 한다. 콘텐츠로 넓이를, 오프라인 모임으로 깊이를 추구하고자 했고, 모두 바쁘지만 다행히 천천히 단단하게 나아가고 있다.


활동 분야도 정했고, 내년에는 더 본격적으로 이어가보려 한다.

· 한국 대표 IT 기업 10인의 지식을 나누는 오프라인 모임

· 사업개발을 위한 프리미엄 콘텐츠 퍼블리싱(PMF, GTM, BM 전략 공유)

· 사업개발/기획자 커리어 전환을 돕는 멘토링

· 주요 Keyman 서치를 위한 네트워킹 제공


Bizdev Assemble : 시니어 사업개발 컨퍼런스 & 네트워킹 행사를 연 2회 열었다. 최초로 한국 IT 사업개발들이 모이는 장을 만들어냈고, 2번의 행사 모두 성공적으로 마감시켰다. 주니어를 위한 무료 멘토링도 15번 이상 진행했다. 포트폴리오 공유도 100건 넘게 헀다.


외부 강연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서울 국제 주얼리 박람회에도 연사로 섰고, 스타트업 씬에서 주요 매체 중 하나인 EO에서 웨비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언더독스에서 진행하는 사업 개발 강연에도 3번 출강했고 모두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다.


231214 가장 최근에 있었던 행사에서 올해의 가장 큰 사건인 생성형 AI 에 대해 세션을 열었다.


2023년 나는 콘텐츠 쓰는 사람, 사업개발 하는 사람. 즉, 글쓰는 사업개발로서 모든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혼자가 아닌 우리의 know-how를 더더욱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 준비를 하고 있다.


일상에서 나는 : 지나는 시간의 풍경을 바라보려 했다


내가 어디에서 어떠한 일을 할지 결정했던 22년, 나는 새로운 곳에서 '일단 살아남아야만' 했다. 일 외에 개인 문희철은 없었고, 채널톡 henry만 있었다.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나, 쓰면서 행복한 나는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10년은 계속 걸어갈 수 있을 일과 일상의 균형을 잘 찾고 싶었다. 물론 이는 흔히 말하는 '워라밸'과는 궤가 조금 다르다. 일과 일상을 물리적으로 나누는 것이라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균형 추구에 가깝다.


먼저, 사는 곳을 바꾸었다. 연초 해가 드는 집에 살고 싶다고 적었다. 바로 실행에 옮겼고 여러 집을 보다가 건물 자체에서 내가 첫 입주인 해가 잘드는 집을 찾아 5월부터 살게 되었다. (엘리베이터도 생겼다!)

올림픽공원에서 따릉이를 타는 재미

따릉이를 자주 탔다. 송파는 평지라 자전거를 타기 참 좋다. 2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며 동네 구경, 사람 구경, 강아지 고양이 구경은 원없이 했다. 또 매일 일어나면 20개씩 푸시업을 했다. 모두 심신의 최소 건재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계절에 한 번은 바다를 보러갔다.

· 2월 연인과의 헤어짐 이후, 황량한 마음을 뒤로하고 부산으로 떠났다.

· 6월 신사업 론칭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제주 한 바퀴를 돌았다.

· 9월 성수기를 지나 동해 앞 일주일 살이를 했다. 바다는 내게 자유를 주었다.


큰 위로와 행복이었다.

2월 부산 뭉돌해변
6월 제주 광치기 해변
9월 고성 아야진 해변


음악을 듣기위해, 맛있는 것을 먹기위해, 지나는 계절의 풍경을 보기위해 잠시나마 멈추려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회사의 배려로 지난 11월에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AWS : reinvent에도 다녀왔다. 9년 만의 해외가 미국, 그것도 베가스라니. 세계는 넓다. 영어 열심히 하자.

베가스 스트립에서 동료들과
그랜드 캐니언에서, 끝없는 땅의 지평선을 처음 보았다.


지나보니 일과 일상에서 제법 밀도가 높았다. "살아볼만한 생이다. 행복한 삶이다." 이 문장이 자주 떠올랐다.


관계와 마음에서 나는 : 상실했으나 홀로 침잠하지 않았다

아마도 봄날 선정릉을 걷다 찍은듯 하다.

올 1월 그리고 2월, 2년간 함께한 연인과 헤어졌다. 가장 초라한 시절에 만나 내 길을 찾은 시기에 우리는 함께하지 않게 되었다. 가치관과 꿈이 다른 탓이었다. 무수한 사건과 감정들이 있었다. 부족한 나를 만나 너무 많이 고생했다.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부디 누구보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상실감이 컸지만, 그 마음에 침잠하지 않기로 했다. 광화문을 뛰었다. 석촌 호수에서 자전거를 탔다. 바다를 걸었다. 제주 사려니 숲길에서 깊이 숨을 들이 마셨다. 감사한 기억, 감사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나의 매력을 의심도 과신도 하지 않는다. 애써 인연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나대로 나의 삶을 살아갈 따름이다. 일기를 쓰며 산책을 하며 책을 읽으며 열심히 일하며 지나는 시간을 밀도 있게, 가끔은 쉬어가며 채워나가야지.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올해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더 많이 떠올렸다. 작년 이맘쯤 떠나간 오랜 친구 문돌이, 사랑하는 우리 엄마, 아빠, 형, 희지, 하성이, 형수님. 그 마음만큼 자주 보지 못해서 아쉽다. 특히 외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다. 할머니는 우리와 함께 살아온 이곳 계양을 떠나 곧 강원도로 떠나신다. 그곳에서 생애 마지막을 보내실 것 같다.


어쩌면 남은 생이 오래지 않으실지 모른다. 더 많이 사랑한다 말해야지. 할머니에게 행복한 기억을 많이 남겨드려야지.


내년의 나는 : 꿈을 위한 자격갖추기

가끔은 어떤 문장이 떠오르고, 그것이 목표가 되기도, 지나는 여정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떤 날 '한국에서 IT 사업개발을 가장 잘 아는, 잘 하는 사람' 되겠다고 적었다. 5년 안에 그렇게 되겠다고 왠지 마음 먹었다. 

우리 회사에서 직원이 할 수 있는 최대까지 기여해보고 싶다. 또 한 기업의 도전과 성취, 좌절을 다루는 정말 좋은 책을 쓰고 싶다. 그 책의 제목은 <Customer Driven>일 것이다. 한국 최고의 사업개발이자, 기업사 작가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럴만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실력은 물론이고 한 인간으로서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올해는 운동과 학습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귀찮다는 이유로 제대로 하지 않은 일이었다. 일이 고될 때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한 날도 많았다. 그러지 말자. 일기를 쓰며 마음을 벼리자. 자기 전 오늘도 참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를 살자.


내년 말쯤 나는 나에 대한 모든 것 다 영어로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 서툴지어도 스몰톡으로 1시간은 영어로 대화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또 자산이 내년 상반기가 되면 순자산이 ‘0’이 될듯하다. 회사 스톡옵션은 없는 셈치고 있다. 몇년 후 나의 가장 큰자산이 될 것을 믿지만 일단은 나의 노력을 다해보는 것이 옳다.저축과 투자에서도 가시적 목표를 만들어두어야 겠다. 도쿄 지사에도 2번은 출장을 가고 싶다. 우리 고객과 팀을 더 많이, 더 자주 만나고 싶다. 나와 대화를 가장 많이 하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생을 지나며, 나와 함께한 모든 이들께 감사하다.


쓰고 노래하는 나는 불행한 적이 없었다.

생채기도 아픔도 모두 지나가는 일이었다.

방황은 나의 선생이었다.


서른 다섯을 앞둔 나는 더이상 방황하지 않는다.

결심한 나는 10년을 걸어갈 내 길 위에 서있다.

인연과 꿈을 소중히 여기며 담대히 걸어가야지


생은 소중하고, 청춘은 단 한 번 뿐이기에


스트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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