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정말 중요한 것은 인연과 꿈이다.
꾸준히 기록을 남기고 있다. 5년째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손으로 쓰는 일기도 남기고 있다.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록은 그때 당시 나의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따금씩 꺼내어보며 어떠한 시기가 나의 지금을 구성하는 조각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중요한 순간에는 특별히 더 힘을 주어 지난 시간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있다. 창업과 방황의 20대를 결산하면서도, 취업을 결심한 서른 두살을 정리하면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 덕에 방황하면서도 나는 길을 잃지 않고 있다. 그 습관은 작가가 되게도 해주었고, 현업에서도 나에게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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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보자면, 작년을 보아야 한다. 그때 내린 결정이 올해 나의 시간을 규정했다. 2021년 나는 결정의 시기, 서른 둘을 지나고 있었다. 웃기는 말이지만 이른바 '서른 두살 결정론'(위 글을 보시라)에 따라 나는 결정을 내릴 때임을 직감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서른 둘, 처음으로 내 지분이 없는 회사의 '직장인'으로 살기를 결심했다. 취업 시장에서 평가받고, 성장하고 싶었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때문이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마음을 지키기 어렵다. 나의 꿈이 무엇이든, 일단 생활을 지켜야 했다.
첫 취업 결정, 직무를 에디터에서 사업개발로 전직한 것. 지금 회사를 선택한 것까지가 작년의 여정이었다. 그리고 작년의 회고 글 마지막을 이렇게 적었다.
서른두 살 나는 도전했고 고전했고, 많이 아팠고, 많이 배웠고 또 작게나마 성취했다. 내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고, 참 고단했던 올해의 오늘 마지막 날을 지나고 있다. 올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창업을 그만둔 것과 프리랜서 생활과 2번의 취준과 체험으로 잘 알게 됐다. 사랑을 비롯한 무수한 관계들를 마주하며 나의 내면이 어떤 사람인지도 보다 더 잘 알게 됐다. 나를 더 잘 알게 된 덕인지 잘 견딘 덕인지 서른둘 마지막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올해는 내가 내린 결정의 책임을 져야하는 시기였다. 급격한 변침은 나에 대한 기대를 증명하고, 걱정을 불식시켜야하는 책임을 의미했다. 서른셋 올해를 그렇게 시작했다.
Series C 스테이지인 우리 회사에서는 BD만 풀타임으로 하는 채용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나는 세일즈를 직접하지 않는 쿼타(quota: 영업 할당량)가 없는 사업개발이었기에 나의 쓸모를 증명해야 했다. 즉, 나의 존재로 인해 회사가 확실히 없는 것보다 더 나아져야 했다.
더욱이 나는 남의 월급 받은지 채 1년도 안된 서른 셋이었고, 경력직 채용이었다. 나의 자리를, 더 나아가 내가 150명이 넘는 회사에 쓸모 있는 존재임이 증명되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잘해냈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도메인을 빠르게 배워 통신사업 라이센스를 따냈고, 통신 3사와 파트너십을 만들었고, 네이버와도 협업하여 새로운 기능을 만들었다.
한편 올해는 급격히 경제가 어려워진 해였다. 2021년 말 최종 합격한 3개 회사 중 이 시기에도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그만큼 이곳은 치열한 곳이었고, 나 역시 미칠듯이 고군분투했다. 회사도 나도 서로 최선을 다했다.
A.아직 생소한 '사업개발'이라는 직무에 대해 소개하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냈다. HR 플랫폼인 Wanted 메인에도 실려서 지금도 사업개발 직무 관련하여 종종 연락을 받고는 한다.
B. 브런치와 링크드인에도 계속 퍼블리싱했다.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좋아 보다 많은 이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행동을 고민했다.
C. 사업개발에 대한 콘텐츠와 네트워킹을 제공하기 위해 올 겨울 10명의 호스트와 함께 IT 사업개발/기획자 모임 BizdevKR을 시작했다.
D. 내년에는 모임을 통해 회사 일과 회사 밖 시도의 균형을 발견해내고 싶다.
궤도를 튼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출간작가, 창업자로 살아온 지난 10년을 지나, 직장인으로 살기로 결심했으니 적응을 위해 정말 많은 몰입을 해야만 했다. 그 덕에 '일' 이외에 다른 기억이 없다.올해 나는 일 외에 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정말 최선이었을까? 이렇게 잠시는 달릴 수 있어도 3년, 5년, 10년을 달릴 수는 없다. 지속가능함에 대한 고민이 짙어진 올해였다.
‘열심히’의 의미를 생각한다. 무엇을 열심히 하려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에서 오는 자기효능감이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기쁨이든, 더 많은 돈이든 아무튼 ‘열심히’는 무언가에서 우상향하는 기울기를 올리는 선택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기울기는 너무 급격하면 ‘계속’될 수 없다. 그것은 자연 세계의 여러 힘들을 관찰하며, 입증된 자연법칙이다. (수학으로 정리하자면, 갑자기 솟은 뾰족한 그래프나 이어지지 않은 그래프는 ‘미분’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우리 몸과 정신은 삶과 일상의 에너지를 담는 ‘배터리’ 같다. 충전식 배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충전가능한 총량이 줄어든다. 빠르게 소진하고 급격한 충전을 반복한 배터리는 총량의 감소 속도가 더욱 빠르다. 우리 몸과 정신도 비슷하다. 베터리처럼 우리 몸과 정신도 ‘닳는다’ 배터리도 우리도 여력을 남겨두고, 달리지 않는 공회전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나는 '지속가능한 열심히'가 아니었고, 다음의 것들을 나는 놓쳤다.
1) 건강 : 살이 많이 쪘다. 작년말 다이어트한 시점과 비교하면 거의 8kg 정도가 찐 것 같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 지켜오던 좋은 운동, 먹는 습관 등이 무너졌다. '잠-운동-먹는 것'에서 다시 원칙을 세워야 할 시점
2) 여가 : 정말 일 외엔 한 것이 없다. 좋아하는 노래하기도 하지 못했다. 나는 의식적으로 멈추기를 잘 못하는 사람이므로, '일이 아닌 다른 것 하기'를 스스로와 주변에 선포(?)해야겠다. 1월에는 7년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이제 중고차가 생겼으니까 기타를 늘 싣고 자연 속에서 노래하기도 해봐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VZOi6oQ8tTY
3) 공부 : 지금 먹고사는 밑천은 모두 창업 시절에 익힌 경험 덕분이다. 이 시기 내가 소홀했던 것은 영어 등 하드스킬 증진이었다. 회사가 일본 등 글로벌 22개국에 서비스를 하다보니 영어/일본어를 할 줄 알면 정말 유리하다.
앞으로의 새로운 5년, 10년을 위해 역량을 개발해야한다. 내년에는 학습에 시간/수익의 일정량을 할당하려 한다. 목표도 선포(?)해보겠다.
4) 관계 : 건강 그리고 여가에도 직접 연관되는 것 같다. 소중한 이들과의 관계에 시간을 잘 쓰지 못했다. 의미있는 기억을 많이 남기지 못했다. 15년간 함께한 반려견 문돌이가 세상을 떠났다. 일과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못만났다. 매달 모이는 창업 동지들도 거의 못봤다. 이제는 업무도 자리도 잡혀가고 있으니 관계에 더 많이 시간과 마음을 할애하고 싶다.
결국 가끔은 잠시 멈추어서 바라보아야 한다.
달리며 지나는 시간의 풍경들을, 그 의미를 깨닿기란 어려운 일이다.
15년 간 함께 해온 문돌이를 떠나보내며 나는 책으로는 알 수 없을,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을 알게 된듯 하다. 올해 미칠듯이 달려온 나는 본가에 있는 문돌이의 심장병을 알지 못했다. 나의 오랜 친구 문돌이의 생은 천천히 꺼져갔다. 문돌이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너무 아픔 속에 보낸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책감을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오랜친구는 나에게 알려주었다.
이제서야 그것을 문장으로 적을 수 있겠다.
생을 소중히 여길 것,
지나는 시간의 풍경을 의미있는 기억으로 채울 것
올해의 배움. 생은 소중하고 단 한 번 뿐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살 것이다.
문돌이는 나와 10대, 20대, 30대를 함께한 친구였다. 돌이켜보면 소중한 인연들이 많았다. 가족들, 함께 창업한 동지들, 여자친구, 직장 동료들. 모두 지나는 생의 순간을 채우는 인연들이다. 이들이 함께했기에 나는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소중한 인연에 감사함을 표현하자.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자.
'무언가를 이루기위해' 인연을 희생시키지 말자. 혼자가는 생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가는 삶이다.
나에게는 늘 꿈이 있었다. 생활을 위해 잠시 유예해둔 꿈이지만 생의 유한함을 끔찍이도 짧은 청춘을 지남을 알기에 무작정 미루어두지 않으려 한다. 어떤 형태로든 미리 준비해두려고 한다.
내 꿈은 '변화에 공헌하는 것이다.' 가장 큰 공헌을 하자면, 가장 큰 성장을 이루자면 같은 가치에 동감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의 정체성은 결국 '가치에 공감하는 조직을 만드는 이'여야 한다. 나는 '비즈니스 빌더'가 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전처럼 창업자가 되는 것일 수도, 가치있는 모임을 만드는 이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보다 널리 공헌하기 위해 글을 쓰고 널리 확신시키는 일이 그 시작이다.
이제 그 일을 할 것이다.
작은 시금석을 놓는 일부터 천천히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해나가려 한다.
나는 다시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낸다.
생은 소중하고, 청춘은 단 한 번 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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