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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Dec 09. 2022

나의 오랜 친구 문돌이가 가르쳐준 것

오랜친구 문돌이의 생이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교복을 입던 고3은 어느덧 직장을 다니는 아저씨가 되었다.


지난 15년간 문돌이는 언제나 함께였다. 내가 창업이다 의경이다 20대 내내 바깥을 나도는 동안에도 오랜만에 돌아올 때마다 문돌이는 언제나 집에 있었다. 작은 강아지 문돌이는 나의 10대부터 20대 전부, 그리고 시작된 30대를 지켜보았다.


집 밖에서 오래 떠나있을 때면 가끔씩, 특히 늦은 나이 군대에서 불침번을 설 때면 떠나온 집이 생각나고는 했다. 엄마가 아빠가 희지가 형도 생각났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것들. 남겨두고 내가 떠나온 것들이 생각이 났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문돌이는 특히나 걱정되었다.


내게 가장 두려운 일은 문돌이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었다. 다행히 몇 달만에 집에 돌아올 때마다 문돌이는 내 발걸음만 듣고도 내가 오는 것을 알고는 반갑게 짖었다. 계단을 오르며 그 소리에 나는 안도했다.


내가 집에 없는 동안. 밖을 떠도는 동안에도 문돌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밤낮없이 꼬물거리던 강아지 일때도, 아삭거리는 야채를 좋아하던 튼튼한 성견이 되어서도

산소 없이 심장약 없이 하루를 지내기 어려운 오늘도 문돌이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8년. 이사가는 날. 작은 말썽 하나 피우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는 문돌이

나의 시간이 걷고 있는데, 문돌이의 시간은 달리고 있다.

지나는 시간속 세상 많은 것이 변하는 동안에도

네 마음은, 너의 사랑은 언제나 직진이다. 외길이다.

내가 변하는 동안에도 내가 걷도는 동안에도 너의 사랑은. 변함없이 너는.

내가 배운 것은 사랑이었다.



나의 오랜 친구 문돌이에게

두 달 전 입원했을 때 먹기를 거부하고, 계속 멍해보이는 네가 생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았었지. 열흘은 지나서 퇴원할 수 있었지만 다시 먹고 걷고 눈이 빛나는 너를 보며 안심했던 것도 같아.


이번에는 더 좋지 않다고 안락사를 고려해보라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에도

힘 풀린 다리로 일어서려하고, 목소리 내어 나를 반기는 너를. 생때 같은 너를 아직은 보내진 못할 것 같아


오지 않을 것 같은 순간도 언젠간 오가야 마는데

그날이 너무나 빠른 것 같네

빠르게 흘러가는 너의 시간

다른 시간을 사는 우리이기에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길지 않은 남은 시간

네가 준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돌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 밖에

내일은 꼭 집에서 보내자.


사랑해 문돌아


문돌이는 착하고 의뭉스러운 아이다(2018년)
천둥을 무서워하는 문돌이(2021년)
오늘의 문돌이.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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