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뎌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지난함을 견딜 수 있다.
<생일을 지나 흐르는대로 적는 이야기>
지난 반년을 회고해보면 인스타그램,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 줄었다.
손으로 쓰는 일기 역시 빈도가 줄거나 내용이 빈약해졌다.
습관처럼 해오던 지나는 시간 남기는 일을 잘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제야 자리잡고 싶은 곳에서 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을 잘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전역 이후 3년 넘게 지켜온 일상 속 사소한 습관들이 희미해지고 있다.
이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잘 안되기도 했다.
이번 생일은 도시 소리가 없는 곳에서 보내고 싶었다.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고 걷고 싶었다.
숲속 호숫가에서 2년을 보낸 ‘헨리’ 데이빗 소로가 쓴 <월든>을 읽었다.
비오는 날 아침, 전자 기기없이 산책 길을 걸었다. 길을 잃어서 30분을 더 걸었다.
‘쓸모와는 거리가 먼’ 공간에서 음악을 들었다.
5년 만에 독일 사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사이 독일에서 예술 분야 공무원이 되었단다.
행복하다고 한다.
다만 평생 공부를 해야하는 일이라
꾸준히 지난하게 해야할 것이라 한다.
성악가인 그는 자신의 50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 회복탄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 나는 왜 그리 달리고 있나 생각했다. <월든>의 헨리라면 이해할 수 없다 말할 터였다.
사실 무언가를 그저 견딘다는 것은 지난하고 힘든 일이다.(그것은..군생활 같은 것이다)
하지만 견뎌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지난함을 견딜 수 있다.
나의 세계관은 ‘그래서 그것을 하면 더 나아가느냐’는 물음에 답이 필요하다.
6개월 전 나는 스스로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더 나은 미래가 있다고, 나는 더 공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다. 그 믿음은 더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 더 몰입하고 싶은 욕심의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지나는 시간의 풍경을, 끔찍이도 짧은 청춘의 계절을 놓치지는 말아야겠다.
다시 말하고 쓰고, 노래하고 종종 걷고는 해야겠다.
일상을 지키며 걷는 것이 더 멀리 나아가는 길임을 아는 까닭이다.
이번 생일과 <월든>이 남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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