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희철 Jan 10. 2022

글쓰는 32살, 사업개발 취업기 -1 직무 전환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았다.

실패한 창업과 늦은 졸업, 먹고살 길을 걱정하다

어디로 가나...

2018년 스물 아홉, 20대 교육 사업 창업으로 늦은 나이 군대를 갔다온 나는 자퇴한 대학에 재입학하게 되었다. 그러고 빠르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다면 좋았겠지만..여전히 정신을 못차린(?) 나는 그해 지분이 있는 직원으로 초창기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책 <제대로 살기란 어렵다> 까지 썼으니 학교와 동시에 회사에 다니면서 책까지 쓴 이상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2020년 31살까지 나는 이렇게 살았다.

대학생인가요? 네 → 아니요!
작가인가요? 음 아직은 아니요.  → 책이 나왔습니다.
회사원인가요? 그런가? → 네..(회사의 성장 커브가 안나왔다)


하지만 결정의 시기, 서른 둘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2번의 창업과 늦은 졸업,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작가 생활만으로는 삶은 고사하고 생활을 영위하기도 어려웠다. 그리하여 나는 결심했다.


©퍼블리 - 입사 후 '일잘' 첫인상 만드는 법: 뉴페이스의 회사 적응기


이젠. 창업말고, 취업!


에디터 사업개발, 직무 전환의 이유


2021년 상반기 '창업 말고' 제대로 된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먼저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였다. 내 책  <제대로 살기란 어렵다>  제목대로 '제대로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내게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 먼저 에디터로 취업했던 이유


제대로 살자면, 일은 중요하다. 생활을 위한 돈을 번다는 의미에서, 일이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또 어떤 일을 하며 행복하려면 그 일을 잘하면 좋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성과가 난다는 것이고, 기왕이면 자기주도적인 과정의 결과라면 더 좋다. 그것이 나에게는 글쓰는 일이었고, 자연스레 출간으로 이어져 나름대로 성과도 났다고 자부했다. 고로 글쓰는 직무, 에디터로 취업하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콘텐츠 에디터로 취업을 준비할 때 포트폴리오 표지


하지만 에디터 직무가 상대적 박봉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는 산업 평균 연봉이 높은 곳(이를테면 금융)을 선택하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에디터로 준비 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핀테크 기업인 피플펀드로 취업했다. 피플펀드에서도 콘텐츠 에디터로서는 첫 채용이었다.  


피플펀드 재직 중엔 잠재적 지원자를 겨냥해서 밀착취재형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에디터로 일하며 좋았던 것은 회사 내 다양한 직군 사람들을 취재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탁월한 동료들에게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배웠다.



- 3개월 만에 사업개발로 직무 전환을 결심한 이유


나는 3년 후, 10년 후 지금하는 일로
행복할 자신이 있나요?
대답은 아니오.

에디터로 일하며 나는 '쓰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이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핀테크의 글'은 규제와 고객을 감안하여 지극히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써야만 한다. 물론 에디터로도 최선을 다할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에디터로 일할 때 가장 행복할까? 나는 회사와 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일 수 있을까? 그 물음의 대답은 '아니오.'


직무 전환은 중대한 결정이다.


중대한 결정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결정에 앞서 단기적인 최적화가 아닐지 의심해봐야 한다. 직무를 전환하는 선택이 일시적으로 연봉을 높이는 선택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그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일하는 시간은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어떠한 일을 할 것인가는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이다. 나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더 나아가 공헌감을 느낄 때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일도 결국엔 모두 관심에서 출발한다. 2번의 창업 경험이 있던 나는 피플펀드의 에디터로 일할 때 1) 비즈니스 구조와 시장 상황, 2) 고객이 쓰는 제품의 기획 과정, 3) 고객을 만나는 세일즈에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가졌었다. 


진짜로 바라는 삶 : 산에서 사과나 깎으면서 놀고 싶음.jpg


나는 비즈니스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싶었다. 또 직접 고객을 만나며 매출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싶었다. 직무로는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 : Biz Dev)이 그 일이었다. 2번 창업 이력이 있는 나는 이 직무에서도 잘해낼 수 있다고 믿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사업을 만들어본 사람이니까. 고객을 만나고 직접 서비스를 팔아본 사람이니까. 비록 창업가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항해하는 배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는 충분할지 모른다.


32살 가을과 겨울 사이 회사와 협의 후 퇴사를 결정하고, 사업개발로 직무 전환을 준비했다.



- 이제 산업을 선택하자 : B2B SaaS를 최우선으로


몇몇 동료에게 퇴사 사실을 미리 알렸다. 돌이켜보면 나는 에디터로서 탁월한 인재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한 덕인지 동료들은 나의 떠남을 아쉬워해주었다. 또 퇴사 후 감사하게도 채용 때 최종 면접관이자 피플펀드 대표이신 대윤님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날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감사한 시간이었다. 대윤 님은 투자 심사역으로 기업들을, 기업의 대표로서 성공적으로 지원자들을 평가 해온 사람이다. 때문에 그 분의 인사이트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피플펀드 김대윤 대표님, 이 사진은 취재할 때 직접 찍었다.
대윤 님, 정빈님 링크드인 추천사* 감사드립니다!

*퇴사를 준비하며 링크드인을 셋업했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 대윤 님은 내가 '사업개발에 잘맞을 사람'이지만 기왕이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세일즈를 하는 회사'에 가면 '가장 잘할 수 있을 것' 이라 조언해주셨다.


집에 와서 고민해보니, 1) 직무가 사업개발이면서, 2) 스타트업과 SMB(Small and medium businesses)를 만날 수 있는 산업 군은 *B2B SaaS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이후 사업개발 준비 과정에서 꼭 B2B SaaS 기업만 쓴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 모든 채용 전형을 마치고 보니 나를 가장 필요로 했던 곳은 과연 이 산업의 기업들이었다. 대윤 님과의 점심은 나에게는 가히 버핏과의 점심이었던 것 같다.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말한다(B2B Software as a Service)

플래텀, <B2B SaaS 스타트업 ‘알밤, 스포카, 자비스앤빌런즈, 모두싸인, 채널톡’ 3분기 성적표>_사실 이중에 채널코퍼레이션만 썼음.


그럼, 방향은 설정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하자!

2편 준비전략으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moonlover/155




쓰는 문희철의 책 만나보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883724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