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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Sep 15. 2024

침착맨의 호연지기 :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거야

뉴진스, 어도어 민희진 대표 탄원서 사건에서 침착맨에게 배운 것

복잡한 상황 속에서 내 ‘입장’을 가지는 것의 어려움

하이브 - 어도어 대표 간 갈등은 꽤나 오래 지속되고 있네요.


뉴진스, 민희진, 어도어, 하이브. 이 키워드는 지난 1분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핫합니다. 지난 5월 침착맨도 관련된 어떤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요. 굉장히 뒷북이지만 퀵하게 요약하자면..

1. 하이브의 자회사인 어도어의 대표인 민희진 씨가 모종의 이견으로 인해 해임 절차를 밟게 되었고, 이에 대한 백가쟁명과 진실공방이 있었음. 
2. 지난 5월 엔터 업계에서는 민희진 대표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생각. 탄원서를 준비함.
3. 인기 웹툰 작가 이말년(였던..)이자 200만 인기 유튜버 침착맨(이병건)은 지인의 권유가 있었고, 취지에 동의해 탄원서에 서명함.
4. ‘일부’ 대중과 호사가들은 침착맨이 민희진의 편이냐며 ‘해명’을 요구함.


전말은 대략 이렇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침착맨-이말년-이병건 씨가 민희진 대표의 해임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해명’이 필요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야 충분한 시간이 지났기에 이게 왜 논란이나 되었지?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장 화제가 되는 사건에 영향력이 큰 사람이 ‘어느 편에 서느냐’ 라는 문제(?)로 비추어졌죠. 심지어 탄원서에 ‘이병견’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왜 당당하게 올리지 못했냐..(?)하는 비난도 받습니다.

뭔가가 뜨겁게 끓어오를 때는 전선이 그어집니다. ‘내 편’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입장을 가질 것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답’을 강요받습니다. 당시 침착맨에 대해서도 그러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각종 ‘해명 요구’가 있었죠. 침착맨은 라이브를 킵니다. 그리고 4시간 동안 그냥 노래방을 켜고 노래를 부릅니다. 

"눈치 보고 안하면 일은 안터지겠지. 남이 해준 결정대로만 흘러가. 그게 무슨 의미야?"

라이브를 켜버린 이병'견' 씨

아마 많은 기자들과 호사가들이 침착맨의 방송을 보고 있었을 겁니다. 그들은 아마 침착맨의 팬과는 다르게 침착맨이 무슨 말을 하나. 어느 편에 서나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편에 서든 ‘까와 빠’가 생기는 것은 당연해보였죠. 


4시간 열창 뒤, 침착맨이 말합니다. (참 성대가 튼튼합니다. 와중에 플레이 리스트가 좋습니다.)

1.탄원서에 서명한 거 나 맞음. 이병'견'은 입력과정 오류 같음.

2.이유? 자기일을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멤버 들간의 사이가 좋은 것을 보면서 시너지있게 안정감있게 활동을 하는구나 느낌.

3.탄원서 쓰면 시끄러워지는 일인가? 탄원서를 쓰면 민희진 편임? 그냥 해임에 관련해서는 더 기회를 주자는 생각을 가진 것.


침착맨은 인기도 많고 돈도 잘 법니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구체적인 문장은 살짝 다름)




“(탄원서 쓴) 행보가 서운해? 그럼 가세요. 이걸로 서운한 일이면 언젠간 헤어질 사람이야.”

“눈치 보고 안하면 일은 안터지겠지. 남이 해준 결정대로만 흘러가. 그게 무슨 의미야?“

“결국 자기가 감당해야 하는 거야. 일이 터졌는데 잘못이 되서 문제가 생겼어. 그러면 그냥 거기까지 해야해”

“판단 남에게 의존해서 몇 개월 더해봤자 뭐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일침을 해. 그런데 아무 것도 아닌 걸로 호들갑 떨지마”



저는 이 사건에서 침착맨이 참 자기답게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맡겨둔듯 ‘해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하이브-어도어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이나 뉴진스에 대해 별 관심은 없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단지 유명하고 영향력 있어보이는 사람이 어느 편에 서는지 궁금했겠고, ‘입장 차이에 따라 생기는 갈등’을 보는 것이 재밌었을 겁니다.


침착맨 이병건 씨는 자신이 의견을 내는 방식 / 시점 / 의견에 대한 설명에 대해 자신의 방식대로 대답합니다. 재밌게도 그 방식에서 침착맨을 좋아하는 대중은 오히려 쾌감을 느낍니다. 저는 이것이 ‘요즘 답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덕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의 방식을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거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책임도 이야기하죠.


내 삶과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것. 그리고 책임지는 것.


우리는 눈치를 너무 많이 봅니다. 이 말해도 될까? 이렇게 생각해도 될까? 자기검열하죠. 의견을 가지는 것이, 그 의견을 내는 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요? 그렇지 않다면 양심과 신념에 따라 '배려있게' 주장하는 것은 주저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입장을 강요받는 것에 대해 입장을 말하지 않을 자유도 있겠지요. 개인의 의지와 다르게 (주로 커뮤니티와 댓글들에 의한) 그어진 전선에 동의하지 않을 자유도 있겠지요.


그래서 시사점은?

어렵지만 간단합니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면 됩니다. 내 말과 행동을 강요받지 않되, 책임지며 살면 됩니다.

어렵지만 이 사건에서 침착맨의 태도는 제게는 교훈으로 다가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신념대로 살자. 

주어진 도그마에 휩쓸리듯 동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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