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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슐리 Apr 23. 2024

당신은 플랜A의 삶을 살고 있나요?

이상향에 대하여


내 인생의 플랜A는 이상향이고, 플랜B는 타협안이다. 마음은 A에 있지만 몸은 주로 B에 있다. 허나 늘 A의 삶을 욕망한다. 그곳엔 경제적인 문제라는 큰 걸림돌이 있다. 누구나 이상을 가지고 있고 그걸 이루는 데 돈이 꼭 필요하진 않다. 난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철천지원수지간이었던 부모님을 보며 결혼을 하면 불행하다는 명제가 삶 속 깊숙이 박혔다. 이래서 가정 환경이 중요하다. 사실 나는 이 말이 듣기 싫다. 내 인생을 부정 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하지만 육아를 하다 보면 그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종종 내뱉고 만다.


인생 메인 퀘스트 중 하나인 결혼만 보면 이상향에 가깝게 살고 있다. 결혼 혐오주의(?)였던 내가 단 한 번의 연애 끝에 한 결혼치고는 나름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독신을 외치던 과거가 생경할 지경이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정서적인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나 인생의 질이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정서적인 면은 함께 상향 평준화가 되었지만, 경제적으로는 그 반대다. 나의 아킬레스건, 본가의 어려운 형편 때문이다. 내 삶이 플랜B에서 A로 가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정서적인 영역을 침범하기도 한다.


돈이 삶의 행복을 결정 지을 순 없어도, 돈이 없어본 사람은 안다. 돈 없는 삶이 얼마나 잿빛인지를.


물론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고 해서 이상향에 닿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 닿는다고 해서 삶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상을 품고 그곳을 향해 가는 일은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든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상향에 가기 힘들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플랜A와 B의 균형 맞추기는 삶이 무료해지지 않게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플랜C~Z도 가끔씩 섞어가며 살아도 좋겠지.


쨌든, 이상향은 이상향대로 두고, 나는 나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그곳에 조금씩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렇게 희망한다.


- 4월 22일, 서록서록 기록모임 주제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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