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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May 16. 2024

엄마 눈이 강 같애, 바다 같애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거지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에게 감히 말한다.


"사랑은 눈으로도 보는 거예요"라고.




부천님과 스승님의 은혜로 한주의 징검다리 휴가가 끝나고

다음날 아침.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아이와 함께 아침밥을 먹는 중

아이가 자꾸 눈을 비비자

요새 바람이 많이 불어 눈에 알레르기가 생겼나 싶었다.


"눈약 넣을까?"


아이는 '도리도리'


"눈이 안 아프라고 물을 넣어줘야 눈이 반짝반짝 해지지"


내 말을 듣더니 아이가 내 눈을 고요히 바라본다.


"엄마 눈은 왜 반짝반짝해? 약 넣었어?"


"아니 엄만 눈이 안 간지러워서 안 넣었지"


"근데 왜 반짝반짝해?"


당황한 나는 그냥 아이 눈을 바라보았다.

아이눈에 내가 보였다.


'눈곱도 제대로 안 뗀 내 눈이 반짝반짝할 리가?'


서로의 눈을 침묵 속에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침묵을 깼다.


"우리 준이 눈에 엄마가 보인다!"


"엄마, 엄마 눈이 강 같아."


"응?"


"엄마 눈이 강같애, 바다같애."


내가 이런 감수성 덩어리를 낳다니.

엄마 아빠가 모두 T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


"엄마 눈이 왜 강같애? "


"준이가 보여"


아, 내 눈에 아이의 얼굴이 비치니 그게 강 같고, 바다 같다고 느껴졌나 보다.

아니면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 사랑이 흘러넘쳤나?

(오그라들지만 뭐, 그것도 사실이니까)



아이와 서로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순간이 나는 참 좋다.

아이와 나를 둘러싼 공기가 고요해진다.  

마음이 덩달아 고요하다.


그저 계속해서 바라보고만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이 눈에 비친 나를 보고, 나를 바라보는 아이를 본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아이의 눈, 그러보고니 아이의 눈은 정말 바다 같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하는 아이의 말.


"엄마, 근데 우리 바다 언제 가?"


(사실 우리는 어제 바다를 가기로 약속했다가, 비가 와서 못 갔다는 후일담...)


*후일담2.

 오늘 출근해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와 친한 후배가 이런 멋진말을 해줬습니다.

"아이가 잘본거예요

과장님 눈보면 찰랑거리는게 있어요"라고.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도, 스승의 날도 아닌데 마음의 할리데이가 계속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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