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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Oct 30. 2024

나의 목소리 지키기

Brand is Me!

과장님은 하나의 브랜드가 된 듯하군요



아침 출근길에 후배가 보내온 메시지에요.


무슨 소리지? 빨리 보고 싶었지만, 운전 중이라 잠시 기다려야 했습니다.




오늘 아침도 분주하고 고단하게 워킹맘의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불에 쉬했어"

6시 반쯤 일어난 4살 아드님은 분명 기저귀를 뗐는데도, 가끔 이렇게 대놓고 실례를 합니다.

본능적으로 나오는 한숨과 미간의 인상을 숨길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출근직전이던 남편이 이불을 걷어 세탁기에 넣어주고, 새 이불을 깔아주고 갔습니다.

땡큐, 내편


그리고 들려오는 또 한마디


"엄마, 놀아줘"


저는 요새 이 말이 제일 무서워요.


끊임없는 역할놀이를 해야 하거든요.


아들은 '고고다이노'라는 공룡장난감에 빠져서

저는 매일 안킬로사우루스가 됐다가

브라키오사우르스가 됐다가

친구들을 구조하러 자이언트 로봇이 됐다가 합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7시 30분.

아침을 후다닥 하고(사실 제가 진짜 하는 건 다짐육을 볶는 정도와 밥)

블루베리와 치즈를 반찬으로 줍니다.


감기약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양치시키고

제 옷을 입고 설거지하고

그사이 아드님이 큰일을 보셔서 처리하고

아이 점심약을 챙기고 투약의뢰서를 어린이집에 쓰고

하원 후 가져가야 하는 간식가방을 챙기고

마침내 제 회사가방을 챙기고 출발합니다.

어린이집으로!


스파이더맨 옷과 모자로 변장한 아드님은 킥보드를 타고 씽씽

무엇을 들고 있는지 입고 있는지 모를 저는 그 뒤를 후다닥

아무튼 이렇게 우당탕탕 1부가 끝납니다.


오늘 아침은 유독 고단하더군요.

사실 어젯밤도 '아직 화요일이야?' 하면서 소름 돋았다는...


지난주 회사 팀후배가 이직을 하는 바람에, 업무가 더 늘은 탓인 듯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꿈(올해의 버킷)이 하나 있는데, 그 꿈을 위해 한 걸음 걷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월요일 점심시간에요.

제가 꿈꾸던 소망, 제책을 출판하는 일을 위해 출판사 미팅을 드디어 해봤습니다.

이 이야기는 따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피로한 몸과 마음을 자동차에 걸쳐두고 운전하는데

후배에게 톡이 왔습니다.

워낙에 책도 많이 읽는 후배라 또 무슨 책의 글귀를 공유해 주려나 보다 했는데

대뜸 제가 "브랜드"라고 하지 않습니까.

회사 주차장에 주차 후 읽어보니.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어요.


브랜드가 되는 사람은,

한 조직의 최고점이 아닌, 유일하고 단단한 점이 된다.

스스로가 잘하는 일을 찾아 그 자리에서 빛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빛을 찾아오게 한다.


'와, 내가 브랜드라니. 아침에는 고고다이노 저녁에는 헬로카봇 역할놀이 하는 내가.

맨날 회사에서는 정시퇴근 절대사수 덕분에 탈탈 털리는 탈곡기인 내가. '


그래도 제가 직장생활 15년 차, 워킹맘 2년 차에 정시퇴근만큼(아니 사실 그보다) 사수하는 게 있다면,  

바로 제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네가 선택하고 싶은 게 뭐야?

다른 사람들 생각, 사회적 시선이나 눈치 따위 말고 진짜 네가 지키고 싶은 게 뭐야?'


'힘들어? 그래도 그거 네가 선택한 거잖아. 어차피 정답은 없어. 선택은 바꿔나가면 되는 거야.'


이 두 가지 목소리가 제 안에 가장 강한 목소리들입니다.


아마도 이 물음과 대답들이 지금의 저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준 게 아닐까요.


여러분도 어떤 날은 탈탈 털리는 탈곡기가 되고,

또 어떤 날은 분노하는 공룡이 되고, 혹은 아무것도 안 되는 날도 보내시겠죠?  


그럴 때마다 여러분 안의 목소리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제 경우엔 행복하고 즐거울 때보단, 힘들고 괴로울 때 그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더라고요.


여러분도 여러분 안의 하나의 목소리를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그게 진짜 목소리일 확률이 99%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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