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다시 시작하는 돈 공부』
솔직히 말하면, 경제 공부를 진지하게 시작한 건 마흔이 지나서였다. 그전까지는 '언젠가 해야지' 하면서도 늘 미뤄왔던 것들. 금리가 오른다는 뉴스도, 환율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기사도 그냥 흘려보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숫자들이 조금씩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책 리뷰.
백영, 조형근 (2025). 마흔에 다시 시작하는 돈 공부: 4050, 금융을 모르면 인생이 힘들어진다. 메이트북스
2022년 기준 실제 국민연금 수급자의 소득대체율 평균은 고작 22%였다. 제도상 명목 소득대체율은 2025년 기준 41.5%지만, 이는 40년을 꼬박 납부했을 때의 이야기. 현실에서는 경력 단절, 짧은 가입 기간 등으로 실제 받는 금액은 훨씬 낮다. 참고로 2025년 3월 연금개혁을 통해 2026년부터 소득대체율은 43%로 인상됐지만, 실질 수령액은 개인의 가입 기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노후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는 걸, 숫자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경제학에 피셔방정식이라는 게 있다. 명목금리 = 실질금리 + 물가상승률. 은행 예금 금리가 4%여도 물가가 2% 오른다면, 내 돈이 실제로 불어나는 건 2%뿐이다. 나머지 2%는 물가에 먹힌다.
그래서 방송에서 "물가가 폭등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그다음 뉴스는 높은 확률로 "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이다. 둘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는 결국 자본이 자본을 재생산하는 능력, 즉 경제의 신호등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물가안정목표는 2%. 물가가 그 이상 오르면 금리를 올려 잡고, 반대면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한다. 이 구조를 알면 뉴스가 다르게 읽힌다.
환율은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우리 돈의 양이다. 환율이 오른다는 건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 수출 기업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해외여행이나 수입품을 즐기는 사람에겐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해외직구는 신나지만, 수출 경쟁력은 약해진다.
환율 뉴스가 왜 중요한지, 이렇게 보니 꽤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주가는 경기보다 앞서 움직이는 선행지표다. 반면 금값은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때 빛나는 후행지표. 이 둘의 움직임만 알아도 어느 정도 경기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보다 공식적인 방법은 정부가 발표하는 경기종합지수를 보는 것이다. 선행·동행·후행 세 가지 지수를 통해 경기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데, 핵심은 '순환변동치'다. 100을 기준으로 그 위면 호황, 아래면 불황. 2026년 1월 기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3.10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상승한 상태다.
선행지수가 오르면 3~6개월 뒤 경기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 흐름에 따라 경기 저점 전에는 성장주 중심으로, 저점 이후엔 배당이 안정적인 필수소비재나 통신·전기 업종을 눈여겨보는 식이다. 금리와 채권의 관계도 마찬가지 — 경기 하락기엔 장기채권, 상승기엔 단기채권이 유리하다.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가 고안한 올웨더 전략은 말 그대로 어떤 경기 국면에서도 버티는 포트폴리오를 목표로 한다. 일반적인 주식 6 : 채권 4 배분과 달리, 이 전략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식 2 : 채권 8을 권한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을 찍는 방식. 연금처럼 장기로 굴려야 하는 자산에 특히 적합하다.
개별 종목 투자를 한다면 각 업종의 1등주를 노리는 게 낫다. 위기에 강하고, 활황기에도 가장 큰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타이밍 잡기가 어렵다면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적립식이 정답에 가깝다. 주가가 높을 때도 낮을 때도 사다 보면 매수가격이 자연스럽게 평준화된다. 이른바 '코스트 에버리지 효과'다.
참고로, 2025년 3월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 12%, 국내채권 28%, 해외주식 35%, 해외채권 7%, 대체투자 17%다. 가장 안정적인 운용을 목표로 하는 기관의 선택이 궁금할 때 참고할 만하다.
2023년 통계청 기준, 은퇴 후 2인 가족의 적정 월 생활비는 324만 원, 최소 231만 원. 의료비를 포함해 넉넉히 잡으면 월 300만 원. 65세부터 95세까지 3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세금까지 포함해 총 12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숫자를 보는 순간, 조금 무거워진다. 그렇다고 손 놓을 이유는 없다. 지금부터 알고 준비하면 되니까.
회사에서 퇴직연금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에게 맞는 걸 골라야 한다.
확정급여형(DB)은 승진 기회가 많거나 임금 상승률이 높은 직장인에게 유리하다. 퇴직 시점의 급여가 높을수록 퇴직금도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 반면 확정기여형(DC)은 임금피크제가 가까워지거나 임금 상승이 정체된 경우, 혹은 스스로 투자에 자신 있는 사람에게 맞다. 회사가 적립금을 내주고 내가 운용하는 방식이니, 잘 굴리면 더 불릴 수 있다.
마흔은 늦지 않았다. 다만 이제부터는 알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 이 책이 조용히 알려준다. 어렵게 쓰인 경제 개념들이 이렇게 내 삶과 붙어있는 이야기였다니 — 그게 이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었다.
어쩌다 보니, 설연휴 동안 빌린 책이 경제책이라 자부타임마다 내리읽었습니다.
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쓴 글이지만, 누군가에게도 언뜻 뇌를 두드리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