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를 생각해 보면 정말 자신감이 넘치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고집도 조금 있었고, 생각하는 것도 뚜렷해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머릿속에 가득해서 가끔 혼자 땅 파고 들어가기도 했지만, 울던지 웃던지 항상 표현은 거침없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더는 격해지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에 의해 내 삶이 좌우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종종 내가 굉장히 작게 느껴졌다.
- 회사를 다니면서 누군가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 다 재택에 어느 정도는 거리를 두는 사이들이 많고
- 이전과는 다르게 더는 나에게 뭐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사람들도 많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느 정도는 내가 정해둔 바운더리 안에서 살아가게 되었고, 그게 여태껏 해왔던 것과는 또 달라서 내가 작아지고 있나 하는 생각도 한다.
지금은 딱 어느 정도 괜찮은 금액을 안정적으로 벌고 있다.
프리랜서와 안정이라는 단어가 공존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몹시도 이 업무 패턴에 잘 적응했다. 오전에는 열심히 일하고 오후에는 띄엄띄엄 내가 하고 싶은 거나 다른 외주일을 추가로 하는.
이 패턴은 너무나 안정적이어서 길어질수록 가끔 불안함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까지 널널하게 살아도 되나?
나 이렇게 까지 시간 많아도 되나? 핸드폰 이렇게 많이 보고 있어도 되나?
그냥 생각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살고 있어도 되는 건가?
여전히 지금도 변하는 과정이라서 그런가, 아직 나는 이런 삶에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나 보다.
꼭 모든 시간을 가득 채워 보낼 필요 없이 어떤 시간은 나를 위해 쓰고 어떤 시간은 가족을 위해 쓰는 그런 나날들. 여지껏 쉬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그런 시간들.
한 때는 내 바운더리만 지키며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편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게 더 대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굳이 나의 발전지향적인 생각을 그들에게 비추지 않는다면 얼마나 안정적이고 자기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프리랜서 생활을 한 1년 반 남짓의 시간.
그동안 나의 삶을 바라보는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그전에는 막연하게 열심히 살아야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했는데,
요즘엔 시간은 한정적이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키워나갈 필요성을 알게 되고 있다.
그리고 내 시간을 나를 위해 쓰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제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나는 어떨 때 자기 효용감을 느끼지?
나와 잘 어울리는 옷은, 스타일은 무엇이지?
내 여행 스타일은 어떻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잘 맞는다고 느끼지?
쉴 때는 무엇을 하고 어떨 때 나다운 행동이었다고 느끼지?
예전에는 '나는 이걸 할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요즘에는 덜어내기의 연속인 것 같다.
'내가 이것들을 해봤는데 나는 이게 좋더라.' 종국엔 이런 결론이 날 수 있게끔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듯.
이렇게 살다 보면 훨씬 무던하게, 더 나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울며불며 감정기복 심하게 사는 것도 재미있긴 하지만 고요한 마음상태를 유지하면서 나를 들여다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이제 더는 이전처럼 에너지가 많지는 않아서 더 집중하고 싶기도 하다.
결론을 딱 세줄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작게 느껴지는 때 = 내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뜻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것 =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것
예전에는 확장적인 도전 → 지금은 축소하는 도전
지금 이렇게 겪고 있는 자기 성찰의 시간들은 단순히 나이 때문이라거나 프리랜서라서는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다른데, 또 40대에는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그때도 나를 잃지 않고 다른 것에 끌려가지 않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성장하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8년 차 마케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