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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프로젝트

돈보다 다른 가치를 찾아보자는 생각

by 프리케터 진

최근 2025년 하반기 들어서 초기 창업팀에 조인해서 프로핏 쉐어 형태로 일을 하게 되었다.

2건 정도였고, 업무가 비교적 한가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 업무를 진행하기로 한 뒤에 유독 인상 깊었던 댓글이 하나 있었다.


[스레드 댓글]


이 말을 볼 때는 처음에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다른 이득을 내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인한 것도 있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벌써 참여한 지 2달 정도 되었을까, 나는 이미 너무 프리랜서였고 무료로 업무를 하는 비중이 커질 때마다 이 정도 업무면 한 달에 300은 더 받았겠다는 생각을 하니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1. 남의 일은 돈을 받아야 할 의욕이 난다. 돈을 받지 않으면 확실히 퀄리티가 떨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2. 창업자는 돈을 안주지만 일은 똑같이 시키고 못하면 채찍질하는 건 똑같다. 안 받는다고 업무강도가 나를 더 배려하고 약할 것이란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3. 보통 초기 창업자는 업무 프로세스가 정립되어있지 않다. 심지어 회사 경험이 없는 사람이 CEO인 경우도 많다. 일 잘하는 중견 이상 급의 커뮤니케이션 퀄리티를 바라면 안 된다.

4. 업무 방식이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른다.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 5번을 참고해 보자.

5.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더 쉽게 그만두기가 어렵다. 돈을 받을 때는 내가 돈을 안 받을 테니 그만두겠다 하면 그만이지만, 돈을 받지 않을 때는 후임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프로젝트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다.

6. 상황은 언제나 바뀐다. 그때의 내 관심사도 바뀐다. 그 때는 관심이 있는 주제여서 소득이 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들지만, 일주일만 지나도 한달만 지나도 내 광고주도 바뀔 수 있고 내 관심사와 상황도 바뀐다. 그 때부터는 다른 사람의 사업이 되고 거기에 쏟을 힘이 없어진다.


5번이 가장 크리티컬 한 문제인 것 같다.

나는 프리랜서로 독립한 것도 자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고 항상 회사에서도 가장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은 팀, 교육, 회사네임밸류, 자기 성장, 연봉, 복지 중에 연봉이었는데.

프리랜서가 된 지금 내 시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는 와중에 돈도 안 되는 프로젝트에 무료로 참여한다는 생각을 한 게 어불성설이었다.

그리고 6번도 정말 큰 문제인게 프리랜서가 되고나서 더 자유도가 높아진 만큼 환경도 관심사의 전환도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간과했다. 내 선택권이 많아진 만큼 나는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는 왜 이런 결정을 갑자기 내리게 된 걸까?

생각해 보니 사이드 프로젝트는 하나로도 벅찬데 왜 2개나 갑자기 시작하게 된 걸까?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내가 2개를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내가 돈을 벌어야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다 보니 허투루 쓰지 말자, 나를 더 바쁘게 만들자는 생각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 같은데 내 시간은 들였지만 돈하나 안 들이고 교훈을 얻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부동산 투자했을 때랑 약간 비슷한 상황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이때도 나는 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돈과 지속적인 고정비를 냄으로서 사용했는데 이번에도 나는 내 시간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그래도 진행이 되어가고 있고 도움이 되는 자료들도 많이 얻어서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두 번째 프로젝트는 아는 지인과 하는데 그게 더 힘든 것 같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니겠지 하면서 선조들의 지혜를 뒤로하고, 한번 더 번복하다니!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말라는거 직접 찍어먹어보고 겪어보는게 한국인 종특이라고.

종특이 정말 맞는 말이라서 엄청 웃었다. 왜냐면 우리 둘 다 사업 완전 말아먹어보거나 투자를 엄청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거의 눈물 섞이게 웃었던 듯.


그래서 결론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자.

처음 시작할 때는 1개만 하자.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자.

돈이 안 되는 건 괜히 하지 말자. 돈 안되는 건 다른 사람 꿈을 대신 이뤄주는 게 아닌 내 꿈을 이루는데 사용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간과하지 말자. 일 앞에 착한 사람은 없다.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8년 차 마케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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